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로 양분되는 가운데 PHEV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배터리 업계의 차별화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 연구소장(부사장)은 29일 `코리아 어드밴스트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2015년부터 PHEV를 주축으로 하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PHEV는 전기차 구동 모터와 전력 생산만 감당하는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운행거리는 다섯 배 이상이며 배기가스 배출도 매우 적다.
김 부사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배터리 가격으로 자동차 업계가 BEV에서 PHEV로 우회하는 상황”이라며 “유럽 완성차들은 뛰어난 성능의 디젤 엔진으로 하이브리드(HEV)보다는 국가별 환경규제 탓에 PHEV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북미 시장은 PHEV차인 `쉐보레 볼트`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했다.
PHEV는 무공해(Zero Emission)구역 등 운전자 편의에 따라 전기차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고 BEV에 비해 중대형급 차량 개발도 용이하다. 또 최근에는 주행 중에도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만으로 에어컨 등의 차량 운행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돼 PHEV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LG화학은 PHEV의 EV모드에서 리터당 최소 50㎞를 달리는 고용량·고출력 배터리 성능 개선에 나서는 한편 배터리 모듈을 표준화해 기존 캔 타입 배터리를 선호했던 유럽 등의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로 캔 타입을 선호했지만 최근 파우치 타입을 장착한 GM·현대의 차량이 북미 시장에서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파우치 타입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LG화학은 파우치 타입 최초로 캔 방식 모듈 표준화에 성공하면서 유럽 완성차에 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SS 시장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화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부사장은 “ESS는 높은 배터리 가격으로 시장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최근 자동차에서 쓰던 배터리를 ESS용으로 재활용하는 사업 모델이 일본 업체 중심으로 본격화 되고 있다”며 “차량용 배터리가 ESS의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