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멈춘지 두 달이 되어간다. 지난달 3일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들어오는 인원과 차량을 막으며 시작된 개성공단 사태는 곧 마무리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004년 개성공단이 문을 연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속 타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출입 통제부터 북한 근로자가 철수하는 상황까지 희망을 갖고 지켜봤다. 그러나 급기야 정부의 남측인원 전원 철수 방침이 나오자 업체들은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제품을 주문하던 고객사는 하나, 둘 씩 떨어져 나갔다. 울며 겨자 먹기로 외주 제작에도 나섰지만 이마저도 비용 문제 등 어려움이 가중되며 계속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정부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와 북한은 각자의 주장만을 되풀이했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 헛바퀴를 돌았다.
지난 28일 드디어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 업체 대표들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방북을 공식 허용하고 신변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이다. 최근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 이후 나온 제안인 만큼 더 긍정적이란 전문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국간 회담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개성공단 정상화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입주 업체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국간 회담을 우선하는 우리 정부의 의견도 일리는 있다. 개성공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임의대로 공단 운영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국제 규범에 따른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도 대화의 물꼬를 튼 다음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타당한 주장이라도 서로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개성공단은 남북 협력의 마지막 희망이자 입주 업체의 생명줄이다. 정부는 보다 더 융통성을 발휘해 개성공단 사태 해결에 지혜롭게 나서야 할 것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