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다니엘 셰흐트만 박사, "포기하지 말고 연구해라"

첨단 재료 기술을 연구하던 한 대학생은 정렬된 결정 구조는 주기가 달라질 수 없다는 걸 증명해 논문을 썼다.

물질은 결정 구조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처럼 360도 회전할 때 같은 모양이 반복된다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통념 그대로였다.

노벨상 수상자 다니엘 셰흐트만 박사, "포기하지 말고 연구해라"

몇 년이 흐른 후인 지난 1982년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 논문을 뒤집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루미늄과 망간의 합금에서 정렬은 돼 있지만 주기가 다른 준결정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연구소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연구소를 떠나라”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사건의 주인공은 다니엘 셰흐트만 이스라엘공대(테크니온) 교수다.

셰흐트만 교수는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제1회 호암포럼에서 과학자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연구를 지속할 것”을 조언했다.

그가 처음 준결정을 발견했을 때 연구소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동료 과학자의 비웃음을 받았던 건 물론이다. 그런데 통계물리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그의 논문이 실리면서 갑자기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 발견을 지지하는 연구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셰흐트만 박사의 논문은 `5접이식 대칭(5-Fold Symmetry)`이 완전히 대칭도 아니고 비대칭도 아닌 중간적 물질을 규명했다. 유리가 완전 비결정 고체라면 다이아몬드는 완전 결정 고체다. 준결정은 그 중간 단계 물질이다. 피보나치 수열처럼 정렬돼 있지만 주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다. 준결정은 중간재적인 성질 때문에 열이나 전기 전도도가 떨어져 코팅재, 단열재 등에 쓰일 수 있다. 금속 합금을 주조하는 데도 응용된다. 과학·산업계에 혁신을 몰고 온 것이다.

연구소에서 사장될 뻔했던 이 발견 덕분에 셰흐트만 교수는 지난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는 한국의 연구원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어떤 것도 진실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연구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암포럼은 삼성문화재단이 과학·공학·의학·사회봉사 분야에서 각각 한 명씩 수상자를 선정하는 호암상 수상자와 그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해 호암포럼 공학 분야 수상자는 현택환 서울대 교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