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밀양송전탑-밀양송전탑 없으면 무슨 일 벌어지나

밀양 송전탑 건설 백지화

[이슈분석]밀양송전탑-밀양송전탑 없으면 무슨 일 벌어지나
[이슈분석]밀양송전탑-밀양송전탑 없으면 무슨 일 벌어지나

30일 오전 4시. 전력거래소는 이날 예비전력이 300만㎾ 중반까지 떨어져 전력 수급 경보 2번째 단계인 `관심`을 발령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불량부품 사건으로 원전 두 기가 가동을 멈춘 지 이틀만이다. 본격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원전의 전력공급이 줄어들자 나타난 현상이다. 해마다 발전소를 건설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력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슈분석]밀양송전탑-밀양송전탑 없으면 무슨 일 벌어지나

밀양 송전탑 갈등 역시 전력수급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송전탑은 신고리 원전의 전력을 수송하기 위한 송전망이기 때문이다. 극하게 대립하던 송전탑 사태는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하면서 냉각기에 들어갔다. 협의체는 40일 간 운영될 예정이지만 완전 해결은 여전히 미지수다. 동시에 미뤄진 기간 동안 발생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게 됐다.

◇전력 수급 위협= 765㎸ 송전선로는 신고리 원전 발전력 수송을 위한 사업이다. 신고리 발전소에서 북경남 변전소를 잇는 길이 90.5Km에 철탑 161기를 구축해야 한다. 765㎸ 송전선로는 국가 전체의 안정적 전력공급과 관련된다.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신고리 3호기 발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할 경우 전력수급 불안을 가중시킨다. 설비예비율이 5.3%→3.8%로 저하돼 상시 수급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신고리 원전 3호기는 연말께 운전을 예정하고 있다. 또 내년 9월에는 신고리 4호기가 가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1400㎿ 용량의 원전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수송할 송전선이 아직 없다.

특히 765㎸ 송전선로를 통해 전달될 전력은 대부분 영남지역으로 공급된다. 현재 영남지역은 외부지역으로부터 약 5%의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부족 지역이다. 지난해에도 영남지역은 150만kW의 전력을 타 지역으로부터 공급받았다. 영남지역 전력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송전선로 건설지연은 결국 영남지역의 전력수급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계통 과부하 불안= 수급계획상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면 765㎸ 건설 여부가 계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765㎸ 송전선로는 기존 345㎸ 대비 송전용량이 3.4배에 이른다. 345㎸로는 신고리 원전의 전력을 수송할 수 없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 3기를 가동할 때 고리-신양산 송전선로 1회선이 고장나면 `신뢰도 기준`을 위반할 정도의 위험이 있다. 2회선 고장 시 전국에 산발적 정전까지 예상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송전선로만으로 신고리 4호기의 운전은 전혀 불가능하다. 3호기의 경우도 물리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현행 전력계통 신뢰도고시에 저촉된다. 전력거래소는 신고리3호기 운전 시 과부하 또는 계통 불안정 발생여부에 대한 기술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행 전력계통 신뢰도고시에는 평상시에는 이상이 없어도 1회선이 끊어졌을 때 대체할 송전선로가 없을 경우 고장파급효과를 이유로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한전 역시 765㎸ 대신 기존 고리원전 송전망을 보강하는 방안에는 난색이다. 증용량 전선으로 교체하더라도 신고리 4호기 운전 시 고리~신양산 송전선로에는 상시 107% 과부하가 발생, 정상운전이 불가능하다. 고리~신양산간 선로 신규건설 후 계통에 연결해도 104% 과부하 발생한다.

◇원전 짓고도 가동 못해= 막대한 비용을 들인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는데 따른 비용솔실도 막대하다.

신고리 원전 발전불가에 따른 전력부족분을 LNG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하루에 47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연간 1조7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면 이는 약 2%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는 문제는 신고리 3호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전건설과 관련해서는 6년 전 마련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수급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건설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기는 특성상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르다. 결국 발전소가 건설되면 후속조치로 송배전망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송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결국 6년 전 논의를 지금에 와서 부정하는 셈이다. 앞으로 추가 건설될 원전에서 생산할 전기는 어떻게 송전하는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문제는 향후 국가 전력산업 추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밀양 뿐만 아니라 전국에 송전탑을 비롯한 전력설비가 들어서 있다.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설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설비가 제때 건설되지 않아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는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확산된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민원에 따른 국가 전력설비 구축사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 전문가는 “소수의 이익과 다수의 이익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소수의 이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이 경우 발전소나 송전망 같은 기간설비를 원활히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사태 일지

2007년 11월 = 정부,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56㎸ 송전선로 건설사업 승인

2008년 7월 = 밀양주민들, 송전선로 백지화 요구 첫 궐기대회

2010년 11월 = 경실련 주관 밀양 송전탑 보상제도 개선추진위원회 구성

2011년 8월∼10월 = 경실련 중재 보상협의회 회의

2012년 1월16일 = 밀양주민 고 이치우씨 송전탑 반대주장 분신

2012년 3월7일 =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중지

2012년 6월11일 =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재개

2012년 9월 = 밀양 송전선로 한전 대책위 구성

2012년 9월24일 = 국회 현안 보고 이후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중지

2012년 10월5일 = 밀양주민대표 20명 및 사회단체 대표64명, 갈등해소 대정부 건의

2012년 10월9일∼11월9일 = 송전탑 반대대책위-한전 실무협의 3회 진행

2013년 1월27일 = 반대대책위 주민, 한전간부 3명 고소

2013년 2월18일 = 조경태 의원 주관 주민-한전 1차 토론회

2013년 4월26일 = 조환익 한전 사장, 밀양주민과 만나 공개사과

2013 5월13일 = 조경태 의원 주관 주민-한전 6차 토론회

2013 5월15일 = 한전, 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 공식화

2013 5월18일 = 한전, 송전탑 공사재개 관련 대국민 호소문 배포

2013 5월20일 = 한전, 밀양시 4개면 6개 지역 공사 재개

2013 5월 29일 = 정부, 전문가협의체구성. 한전 공사 일시 중단

송전망 비교

밀양 송전탑 공사구간

신고리원전 건설계획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