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텐츠마켓(BCM)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매년 20억원이 넘는 나랏돈을 쓰면서 정작 성과가 어떤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7회 행사가 열린 BCM은 자칭 `아시아 최대 콘텐츠 거래 장터`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과도한 실적 부풀리기와 낭비성 사업비 집행, 지역 기업 외면 등으로 행사 자체에 대한 불용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BCM의 문제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심층 진단한다.
[BCM 무엇이 문제인가] 베일에 싸인 거래 실적
“부산콘텐츠마켓 거래 실적은 허수다.”
부산콘텐츠마켓(BCM) 내부 상황을 좀 안다는 사람들 얘기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열리는 각종 전시·컨벤션 행사의 투자 대비 성과는 실적이 말해준다. 콘텐츠 비즈니스 마켓을 표방한 BCM 성과는 콘텐츠 거래 실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일반 관람객 대상의 전시 프로그램인 BCM플라자도 있지만 핵심은 BCM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콘텐츠 마켓`이다.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BCM 행사가 열렸다. BCM은 매년 20억 원이 넘는 국비와 부산시 예산을 사용한다. 국·시비는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다. 나랏돈이 쓰이는 사업은 당연히 그 목적과 성과가 투명해야 한다.
매년 BCM 직후 행사 주관기관인 BCM집행위원회가 내놓는 콘텐츠 거래 실적은 확인하기 어려운 수치다.
올해도 BCM집행위는 BCM을 통해 6214만달러의 상담 실적과 2779만달러의 실계약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상담 실적은 말 그대로 상담 내용을 모은 것이다. 말로 주고 받는 숫자이기에 허수가 생길 여지가 크다. 의미 없다는 얘기다.
반면 실계약은 매매 당사자 간 콘텐츠를 사고팔았다는 실제 계약을 말한다. 거래 내용과 사인이 포함된 계약서가 근거이자 집계 기준이다. 법적인 의무도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치른 BCM집행위가 내놓은 실계약 기준과 근거는 행사 마지막 날 참가 업체에 돌려 작성하게 한 설문지 한 장이 전부다. 참가 업체가 이렇게 상담했고, 이만큼 팔았다며 종이에 적으면 그대로 실적으로 집계된다.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후 확인 절차는 없다. 매년 20억원 이상을 투자해 수천만달러(수백억원)의 거래 실적을 올렸다는 BCM 실적의 실체다.
BCM에 참가했다는 업체 수, 참가 바이어와 셀러 숫자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BCM집행위는 올해 현장 등록자를 포함해 세계 53개국 510개 업체 및 관련 기관, 1294명의 바이어·셀러가 전시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매년 20~30%씩 증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는 크게 달랐다. 참가국 수는 32개였다. 부스에 나온 업체도 200개 안팎에 그쳤다. 이는 개막 첫날부터 사람은 보이지 않더라도 부스를 차린 업체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BCM마켓 현장에서 만난 부산 지역 C업체 사장은 “매년 부스를 무료 제공하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올해는 유난히 썰렁했다. 수억원을 들여 초청한 바이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용하는 돈만큼 과연 제대로 된 실적을 거두는지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BCM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온 콘텐츠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경성대 K교수는 “국비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사업은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명확한 사용처와 영수증까지 갖춰 보고하게 돼 있다”며 “수십억원을 투입한 대형 비즈니스 행사라면 지출 내역은 물론이고 성과 수치까지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