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혁신을 이끌 미래기술로 `3D프린터`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3D프린팅 기술을 가리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킬 혁신기술`로 조명했다. 이제 3D프린터는 산업을 넘어 사회적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3D프린터 시장 규모도 가파른 성장세다. 1980년대 시작해 2010년까지 누적 4만5000대가 팔렸던 느린 성장세가 2011년 한해 1만5000대가 팔렸고, 지난해는 총 4만5000대가 판매됐다. 홀러스 보고서는 2040년에는 지금의 PC처럼 3D프린터가 보급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3D프린터는 플라스틱 액체나 파우더같은 원료를 사출해 3차원의 입체 물질을 다양하게 찍어낼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물체 정보를 스캐닝하거나 캐드같은 3D 그래픽 설계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후 3D프린터를 이용해 찍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3D프린팅 기술을 공장이 필요 없는 미래 제조업을 앞당길 첨단산업의 `엔진`으로 여겼다. 세계적 컨설팅기관인 가트너는 “향후 3D프린팅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 항공, 의료산업 등 첨단산업과 융합 시너지가 높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D프린터는 제품 생산공정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진행하는 시제품 제작 공정이 적어 보안성도 높다. 현재 제품을 생산하려면 디자인, 목업, 금형 과정을 복잡하게 거쳐야 한다.
3D프린팅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일찍이 국내에서도 시제품 제작을 빠르게 도와주는 쾌속조형(RP:Rapid Prototyping), 첨삭가공(AM: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로 불려왔다. 자르거나 깍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정교하고 복잡한 물체나 내부가 비어있는 구조 등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조립과정 없이 한 번에 완제품을 찍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이 제작한 자전거 에어바이크는 3D프린터에서 찍어내자마자 바로 탈 수 있다.
3D프린팅 기술 발전을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자동차, 항공기 등 첨단산업과 의료계, 디자인 분야다. 이미 미국 보잉항공사는 300여개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생산한다. 일부 부품의 교체가 필요할 경우 급하게 부품을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재고관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미 치과나 병원에서는 임플란트, 의수나 의족 제작에 활발하게 쓰고 있다. 향후에는 창의성이 필요한 소수의 맞춤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들도 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쉬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3D프린터를 이용해 스마트폰 케이스나 간단한 액세서리, 장난감 등 디자인 소품 제작에 쓰는 개인사업자도 생겨났다.
3D프린팅 기술은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가정이나 소규모 제작 공간으로 옮겨올 수 있다. 3D프린터 자체의 이동성이 뛰어나고, 제품 가격 자체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를 시작으로 수십만원대 저가용 3D프린터가 줄지어 등장했다. 퓨즈드디포지션모델링(FDM) 특허보호기간이 지난해 끝나면서 오픈소스 기반의 3D프린터도 다양하게 조립,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3D프린터는 대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주로 시제품 제작용으로 쓰였다.
3D프린팅 기술은 단순히 생산 공정이나 시간을 단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자상거래처럼 디자인, 제조, 판매·유통 과정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디자인업계는 3D프린터의 대중화로 완제품을 구매하느냐가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도면을 구매하느냐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쓰리디시스템즈, 스트라타시스, 메이커봇 등 선두업체들은 이미 3D프린터 보급은 물론이고, 3D 콘텐츠를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마치 포토숍처럼 입체정보를 만들고, 이를 3D프린터로 출력해 집으로 배달받을 수도 있다. 3D 제작 과정이 보편화되면 온라인 서비스플랫폼에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사고 팔 수 있다.
3D프린터의 단점도 있다. 우선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최대 크기도 1m 수준으로 아직 한계가 있다. 또 플라스틱 위주의 비교적 낮은 경도의 재료만 쓰인다. 금속이나 세라믹 소재는 물론이고 인공장기 개발을 위한 신소재 등 개발이 과제다.
백소령 쓰리디시스템즈코리아 영업기획팀장은 “3D프린팅 분야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하드웨어적 개선 외에도 신소재 개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 및 서비스 혁신 등 아직 연구과제가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
김명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