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무제한 요금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 본격화 "상위 고객 혜택 늘 것"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돌풍

무제한 요금제가 확산되며 통신사 이익구조와 경쟁구도가 변한다. 통신사 수익원에서 데이터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진다.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을 늘리기 위한 `상위 고객 모시기` 열풍이 분다.

이동통신3사는 최근 출시한 요금제에서 6만원대부터 음성 무제한을 시작한 반면(SK텔레콤/LG유플러스69, KT67)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는 아예 없거나(SKT), 12만원 이상 요금제(KT/LG유플러스)부터 제공한다.

기존 3G 시절 5만원대 요금제부터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고 음성통화 시간을 제한했던 것과는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무제한 요금제를 지탱하는 근간은 데이터다. 음성은 더 이상 통신사 요금 설계에 핵심요인이 못 된다.

실제로 KT 무선 음성통화 매출은 지난 2010년 6조2000억원에서 2012년 5조2000억원으로 2년 사이 1조원이나 준 것으로 알려졌다. 3사 기준으로 2년 새 3조원 이상 매출이 증발된 셈이다.

음성이 데이터화 돼 패킷으로 처리되는 `올 IP 시대`에는 아예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류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앞으로 음성과 데이터가 구분 없이 올 IP화 된다”며 접속료 체계 등이 다시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타임` 등 영상통화를 비롯한 각종 무료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가 1~2년 새 급속하게 성장한 것도 통신사가 음성 수익률 향상을 포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서비스는 통신사 서비스 보다 품질은 좋지 않지만 가정 내 와이파이 등 비교적 안정적인 무선 환경에서는 셀룰러 망을 통한 음성통화를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통신사는 고품질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 이탈 속도를 줄이거나 방어할 수 있다.

통신사 간 경쟁은 보조금에서 서비스, 요금제 선점으로 축을 옮긴다. 통신사가 감소하는 음성 수익을 버틸 수단으로 우선 보조금 지출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높은 요금제를 쓰는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가입 당시만 효과를 보는 보조금보다는 확보한 이용자의 충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부가 보조금 과열현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경쟁이 약화되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SKT의 `잠금효과(Lock-in effect)`는 더욱 심해진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최근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시장은 5:3:2라는 기존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보조금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사 고객에게 혜택을 확대하거나 IPTV/유선/부가서비스 묶음 상품 등 신규 요금제를 타사보다 빨리 내놓는 등 공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KT나 LG유플러스 같은 2, 3위 사업자가 SKT의 잠금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가 펼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는 “음성 등 부분 수익이 주는 과정에서 APRU를 향상시키려면 상위 요금제 고객을 늘려야 한다”며 “높은 요금제에 쓰는 고객에게 타사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경쟁구도가 재편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