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움켜쥐고 3700㎞ 달렸더니..."내비 시장에서 알아주더라"

현대엠엔소프트(대표 유영수)가 소프트맨(Softman)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직접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시장에 뛰어든지 6개월. 단말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무모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소프트웨어만 다루던 업체가 하드웨어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허리 움켜쥐고 3700㎞ 달렸더니..."내비 시장에서 알아주더라"

예상대로 생소한 브랜드 때문에 초기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혼탁한 기존 유통망을 피해 직접 유통망을 구축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블랙박스 R350D 등 없어서 못 파는 모델이 나오고 R360DL은 고객 성화에 못이겨 예정보다 한 달이나 앞 당겨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소프트맨을 취급하겠다는 대리점 제안서가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소프트맨이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데에는 `매뉴얼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의 열정이 있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하노버-제네바 3700㎞ 일주 사건`이다.

지난해 초 유영수 대표는 원도(Original map)만 제작하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직접 내비게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소비자 제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막막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선진 업체를 벤치마킹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때마침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빗(CeBIT)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를 참관하게 된 김형구 사업1실장과 직원들이 현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렌트카에 다섯 종의 현지 내비게이션을 설치하고 열흘 만에 프랑크푸르트와 하노버, 제네바를 왕복하는 3700㎞를 달렸다. 한 명이 운전하면 다른 두 사람이 느낌을 기록하고 일일이 촬영했다.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직관적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프트맨 철학`도 여기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은 허리 부상을 당해 스위스 응급실에 실려갔다. 한국에선 허리 수술을 하느라 몸무게가 14㎏이나 줄기도 했다. 가장 쓰기 편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남다른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형구 실장은 “처음에는 대면대면하던 대리점들이 이제는 간판을 아예 소프트맨으로 바꿔 달라고 할 정도로 소프트맨 내비게이션이 짧은 시간에 시장에 안착했다”면서 “감성품질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운전자뿐만 아니라 탑승자 전원의 `토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TDX)`를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연구개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