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페이션트 캐피탈` 역발상 투자로 벤처 생태계 구축 기여

소프트뱅크코리아가 `페이션트 캐피탈(참을성 있는 자본)` 공급사로 우뚝 섰다. 단기 투자로 수익을 노리는 일부 벤처캐피탈(VC)과 달리 장기 투자로 벤처 생태계 선순환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 실제로 투자 이후 최장 12년 이상 지분을 보유하며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회수(엑시트)를 한 경우가 많다. 최근 정부에서 참을성 있는 자본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소프트뱅크, `페이션트 캐피탈` 역발상 투자로 벤처 생태계 구축 기여

소프트뱅크, `페이션트 캐피탈` 역발상 투자로 벤처 생태계 구축 기여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장기 안목을 갖고 투자를 진행해 평균 10년 정도 자금운용을 하고 있다. 통상 VC 자금 운용 기간이 5년 정도인 것에 비하면 2배가량 긴 기간이다.

일례로 인터넷 보안과 인증사업으로 유명한 한국전자인증에 지난 2000년에 40억원을 투자, 지난 2010년에 엑시트했다. 기업 간 전자상거래를 중개하는 B2B 업체인 이상네트웍스에도 2000년 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지난해 자금을 회수했다. 두 업체 평균 11년 이상 온오프라인 교육기관인 유웨이중앙교육의 경우에는 지난 2001년 투자해 현재도 보유 중이다. 뿐만 아니라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레텍 역시 10년째 투자해 지금도 보유 중이고 위즈위드, 사이버다임 등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5년 이상 자금을 운용했다.

소프트뱅크 투자가 주목할 만한 이유는 투자 당시 이들 업체 대부분은 초기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통상 VC들은 스타트업을 투자대상이 아니라 이윤 추구 대상으로 바라본다”며 “5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중견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2000년에 투자한 한국전자인증은 1999년에 설립돼 매출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상네트웍스는 2000년 설립과 동시에 투자를 진행했다. 리스크가 있었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고 투자한 것이다.

최근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대부분 대출 형식으로 빌려주고 빠르면 1∼2년 뒤 상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자본에서 대조적인 행보라 눈길을 끈다. 김기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참을성 있는 자본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VC들의 투자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며 “장기간 보유를 통해 훌륭하게 자금회수를 한 케이스가 많아지는 것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장은 “초기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자금 회수 시장이 선순환 된다면 장기 투자를 진행하려는 VC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 소프트뱅크코리아벤처스 포트폴리오(엑시트 포함)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