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환경 훼손 우려 등의 이유를 내세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14개 육상풍력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풍력산업계는 물론이고 사업 추진 주무부처까지 당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렸다. 전력수급난 해결을 위해 원자력발전소 2기 규모까지 커버할 수 있는 풍력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취지가 무색해졌다.
4일 관계기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해온 육상풍력 사업 가운데 이미 단지 설계에 들어간 14개 사업을 평가한 뒤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육상풍력 개발 예정사업 사전 검토의견`을 산업부에 최근 전달했다. 사실상 산업부가 추진하는 육상풍력 사업의 중단을 요청한 셈이다.
검토의견에 따르면 환경부는 14개 사업에 대해 내용 보완(2건), 자료 불충분(2건), 환경 훼손 우려(5건), 보전가치지역 사업 불가(5건) 등의 이유를 내놨다. 14건 모두에 사업이 불가하다는 판단이다. 환경부의 이 같은 검토의견은 추후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환경영향평가에 그대로 반영될 예정이다.
풍력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6개월 동안 14개 사업을 검토한 뒤 제시한 의견은 사업 불가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부 사업은 당장 진행해도 무리가 없는 조건을 갖췄음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곤혹스러워했다.
풍력산업 진흥 주관부처인 산업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지난해 육상풍력 사업 활성화를 위해 환경부와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풍력자원 상세 등급지도`와 환경지도를 함께 고려한 `상생적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시 환경부와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두 부처는 인허가가 가능한 사업을 선별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추진 당시의 기대와 상반된 이번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게 산업부 표정이다.
인허가 단계에 묶인 다른 풍력 사업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개발 예정 중인 육상풍력 사업은 이번 검토대상인 14개 사업을 포함, 총 53군데에 달한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원자력발전소 2기 규모에 해당하는 1.8GW에 달한다.
정부는 최근 전력수급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신재생 분야 활성화를 제시했지만 현실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기준으로 삼는 입지규제 가이드라인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신재생에너지 국가기본계획 등으로 보급 확대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사업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종선 환경부 과장은 “일부 풍력사업이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어 환경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환경부 외에도 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사안은 산림청, 국방부 등 범부처적인 의견이 추가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해 또다른 규제가 가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육상풍력 개발 예정사업 환경부 사전 검토의견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