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한국 기업이 `밥`

특허괴물로 불리는 인터디지털이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으로부터 표준특허 로열티로 연간 1억2000만~1억8000만 달러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정보진흥센터가 5일 발표한 `표준특허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00여개가 넘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보유한 표준특허 수는 2009년 3199건에서 2012년 5050건으로 3년 만에 70% 이상 늘어났다.

이는 제품을 직접 생산·판매하지 않고 특허를 사고 팔면서 이익을 챙기는 NPE 특성상 표준특허가 수익 창출에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표준특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인터디지털은 전체 표준 특허의 90%가 넘는 4561건을 보유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표준 특허로 벌어들인 매출액만 6억6000만 달러나 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연간 매출액의 20% 이상을 한국 기업으로부터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인터디지털에 표준특허로 지불한 로열티는 1억2000만~1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애플 자회사인 록스타비드코는 336건의 표준특허를 확보해 인터디지털에 이어 두 번째로 표준특허기술을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록스타비드코는 2011년 노텔의 롱텀에볼루션(LTE) 기술 등 첨단 IT분야 표준특허를 다수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인터디지털보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록스타비드코가 국내 기업에 가장 위협적인 NPE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박정렬(특허정보진흥센터) 소장은 “해외에서는 NPE가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으면서 수 조 단위로 특허에 투자하는 대규모 펀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세계 특허출원 규모 4위인 우리나라도 더 이상 특허 피해자만 될 것이 아니라 자동차, IT에 이은 차세대 주력 효자 종목으로 특허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표준특허는 표준 규격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특허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