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여는 주인공을 이야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여성`이다. 새로운 감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여성이 산업과 시장의 흐름과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위상과 역할에 비해 아직도 여성은 `마이너리티`에 머물고 있다. 약자고 소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현실 진단과 미래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여성의 눈으로 불합리한 현실을 파헤쳐보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미래사회를 위한 조언을 연재한다.

요즘 도미노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는 상상을 많이 한다. 첫 번째 막대를 밀어내면 하나하나 넘어지면서 형형색색의 숨은 그림이 아름다운 형상을 드러낸다. 창조경제 첫 그림을 그려내기 위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있다. 차곡차곡 현장 목소리를 담아 막대와 롤러를 놓아가는 모습에서 그 노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도미노 핵심은 첫 막대를 넘어뜨리는 그 순간이 아닌가 싶다. 다 펼쳐놓아도 누군가 첫 시작 막대를 두드려주지 않으면 담겨진 결과물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준비된 정책 시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 주체는 우리다.
창조경제의 주축이 될 중소·벤처기업, M&A 시초가 될 대기업, 투자의 마중물이 될 엔젤과 벤처캐피털(VC), 창의적 아이디어를 펼쳐낼 국민이 주체가 되어 스타터가 돼야 한다. 누군가 나서주지 않는다면 보기 좋게 펼쳐진 막대의 향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차분히 때로는 과감하게 그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창조경제에서 우리 모두의 역할은 너무나 절실하고 주체로서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 안에서 우리 여성의 역할을 찾아내고 여성이 기능할 수 있는 대책을 다시 되짚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 여성은 1970년대 이후 교육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해, 이후 1980~1990년대 산업화 시대에서 산업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불과 20~30년 여성은 50%대 경제활동에 참여해 사회적으로 기여했고 여성 사업체도 30%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뒤늦은 산업계 진출로 인한 비즈니스 문화 장벽, 보이지 않는 천장으로 표현되는 성장의 칸막이였다. 그 시절 생계형 창업의 확대로 인한 음식숙박, 도소매업종의 과다 진출이 그 장벽이었다.
다행히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오늘을 사는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 우리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펼쳐지는 시점이고 지금 시작한다면 과거 비즈니스 문화도, 보이지 않는 천장도 없는 세상에서 동등한 꿈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산업계 외에서는 여성의 부각과 스스로 모델화를 통한 붐업이 얼마든지 이뤄지고 있다. 박세리, 김연아, 손연재가 그랬다. 이들이 갖는 파급력은 비단 열성적인 부모 의지가 아니더라도 우리 미래 인재가 그 분야에서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롤모델이 됐다. 아쉬운 것은 아직 우리 산업계에는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 이는 벤처 업계 내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투자에 대한 관심에 비해 그간 여성벤처기업펀드 운용실적은 2000년 이후 400억원에 불과하다.
창조경제는 창의를 바탕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에 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좋은 동력은 여성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은 단지 소비자로서 또는 생계형 업종, 후발 경쟁기업으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이는 여성이 산업계에서 저평가되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다.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시대 시작점에서 그 출발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산업계에서 여성은 아직 준비가 미흡한 상황하다. 남성 위주 네트워크, 상대적으로 긴 산업계 진출기간 등 중량화된 남성 기업과 상대적으로 경량인 여성 기업이 같은 그라운드에서 바로 경쟁하는 것을 공정한 경쟁이라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여성의 창조벤처 주역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갓 네트워크를 만들고 선배 여성 벤처기업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성장 모델, 성장 지원 거점, 자금도 없이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여성이 사회 편견을 이겨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사업화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성장모델을 찾고, 발굴과 육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자금이 원활히 유입될 수 있는 펀드조성 등도 필요하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동등한 경쟁이 가능할 수 있는 인프라를 열어준다면 이제 여성은 홍일점, 초대 손님이 아닌 창조경제의 주축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 eunjle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