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12일 서울 장관급회담 개최` 재확인

남북 양측은 9일 실무접촉에서 지난 2007년 6월 제21차 장관급회담이 개최된 이후 6년 만에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합의문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밤늦게까지 합의서 문안 조율작업을 벌였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남북 양측이 다 12일 장관급 회담을 한다는 걸 기본 사안으로 깔고서 의제 설정 문제, 대표단의 규모나 체류일정, 경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일단 서로 합의서 문안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남북 양측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 이어 오후에 세 차례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합의서 내용 조율 작업을 벌였다.

북측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지난 6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문에서 밝힌 내용을 제의했지만, 정부는 장관급 회담을 제의하면서 밝힌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등의 현안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북 양측은 회담 대표단의 구성과 관련해 수석대표와 대표 숫자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관급 회담의 의제와 대표단의 규모가 연관돼 있어 의제가 많아지면 대표단 규모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대표단의 체류 일정에 대해 하루 이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서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경로 등도 북측 대표단이 오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 대표단은 추가로 2∼3차례 추가접촉을 가진 뒤 합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최소한 두세 번 접촉을 하고 합의되면 전체회의를 해서 마무리한 뒤 합의문을 채택하고 발표할 수 있을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남북관계라는 것이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우리 측에서는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를 맡았다. 천 실장은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접촉 단계에서 실무를 맡았고 이후 회담기획부장과 상근회담 대표를 지내는 등 남북회담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성혜 부장은 2005년 6·15 남북 당국 공동행사 관련 실무협의에 대표로 참가했고, 이희호 여사가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북 조문 당시 개성에서 이 여사를 영접한 인물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부장은 다른 북측 대표단과 함께 오전 9시 43분께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록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흰색 가방을 든 김 부장은 마중 나온 우리 측 구본석 판문점 연락관과 악수한 뒤 군사분계선을 건넜다. 북측 대표단은 곧바로 회의 장소인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으로 들어섰고, 현관에서 기다리던 천해성 실장을 비롯한 우리 측 대표단은 이들을 영접했다. 김 부장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우리 대표단 3명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어 회의장에 동시에 입장한 양측은 김 부장과 천 실장을 가운데에 놓고 각각 3명씩 회의석상에 마주 앉았다. 천 실장은 회의장 입장 후 사진 촬영을 위해 악수를 다시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회의에서 천 실장은 “실무 접촉이니까 바로 협의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북측 대표단도 천 실장의 제안에 바로 호응했다. 이후 회의는 별다른 큰 논쟁 없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