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HVDC 시장, 이미 해외에 주도권 빼앗겨

글로벌 직류 표준화 대응 이대로 좋은가

해외 주요기업은 글로벌 DC표준화 움직임에 맞춰 발 빠르게 설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에선 알스톰·ABB·지멘스 등 유럽 기업이 90%를 차지한다. 이들 기업이 HVDC 시장에 뛰어든 것은 DC 사용을 위해서는 DC로 송전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지금은 외국산 제품 국산화 수준에 그친다. 중전기기 대표기업인 LS산전은 지난 2009년 한전·LS전선·대한전선과 공동으로 HVDC 국산화 기술개발을 위한 합동 연구에 착수했다. 2011년 HVDC 전용 공장을 부산 진해 경제자유구역 화전산업단지에 준공, 변전소 관련 설비 생산에 들어갔다. 변전소는 전기를 먼 곳까지 직류로 보내기 위해 AC로 생산한 전력을 DC로 바꿔주는 곳으로 HVDC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첫 성과인 ±80kV HVDC 변환용 변압기는 HVDC 실증단지인 제주 금악변환소와 한림변환소에 설치됐다. 이후 AC를 DC로, DC를 AC로 변환시켜 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싸이리스터 밸브, HVDC 관련 설비를 제어하고 보호하는 C&P 시스템 플랫폼을 국산화 하는 데 성공했다.

LS산전은 HVDC 핵심 부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안으로 제주 HVDC 실증단지에서 실증 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국전력과 알스톰이 함께 조인트벤처로 설립한 KAPES의 기술 이전·제작사로 선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거리 송전과 해상풍력, 국가 간 계통 연계 등으로 HVDC 시장은 2020년 77조원, 2030년 15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한 만큼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가전 분야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를 내는 곳은 드물다. 한때 진출하거나 검토했던 기업도 전력 인프라가 교체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 등으로 사업을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움직임이 나타난다. 케이디파워는 최근 TV를 비롯한 DC가전을 미얀마에서 처음 공개했다. 미얀마에 먼저 선보인 것은 국내에는 DC가전을 사용할 수 없어서다. 제품은 태양광발전시스템에서 생산한 전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AC를 DC로 바꾸는 컨버터가 필요 없어 제품 크기와 가격을 2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임배 케이디파워 대표는 “DC는 전자파 발생량이 적어 각종 기기에 발생하는 오작동과 잡음을 줄일 수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모든 전력시스템이 AC에 맞춰져 있어 만들어도 팔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