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환학생도 창업해요"…연세대 `한국에서 창업하기` 수업

“비싼 대학서적이나 중고제품을 온라인으로 팔고 싶지만 이베이는 비용이 들고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렇다고 지인이 많은 페이스북에 올리자니 결제 수단이 없습니다. 이 두 비즈니스 모델을 적절히 결합한 소셜 마켓(Social market)을 기획했습니다.” ­로저스 마틴,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환학생

"외국인 교환학생도 창업해요"…연세대 `한국에서 창업하기` 수업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702호 세미나실. 문을 열자 외국 대학 강의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영어로 자신의 사업 모델을 발표한다. 10일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과 국제처 국제교육센터와 연계해 개설한 2013년도 1학기 창업강좌 `한국에서 기술창업하기(Technology Entrepreneurship in Korea)` 사업계획서 발표회가 열린 것. 외국인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학생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기획한 3학점짜리 과목이다.

30명 수강생이 10개 팀으로 나뉘어 앞으로 자신이 경영할 기업의 사명과 가치, 비전, 계획 등을 발표했다. 분위기는 자유로웠지만 진지함과 열정만은 실제 스타트업 IR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창업 비자(가칭)` 발급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열정에 힘을 보태는 격이 됐다. 참관을 위해 잠깐 들린 학생도 있을 정도다.

사업계획서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SWTO 분석은 기본이고 틈새시장에 대한 명확한 인지, 심지어 월(month) 단위로 시간을 쪼개 계획을 세운 팀도 있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만든 다양한 서비스, 해킹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등 당장 투자를 받을 수 있을만한 아이디어들이 발표됐다.

팀 tm피치가 끝나자 평가자로 참석한 멘토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핵심 고객층은 누구인지, 실리콘밸리의 비슷한 서비스는 알고 있는지 등 미처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한 점들이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이한종 블루버튼 이사는 매 PT가 끝날 때마다 “지금까지 발표한 사업 모델을 한 문장으로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며 학생들이 사업 모델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되물었다. 정현욱 비석세스 CEO는 “기존 IR과 달리 신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았다”며 “PT 역시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전달력도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와 청중들 앞에서 PT를 전개할 때 주의사항과 태도(애티튜드)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실제 경영 컨설턴트이자 지난 15주간 기업가의 실험실 수업을 진행한 이은세 교수는 “교환학생이 타국에서 창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창업 실수를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수업을 들으며 실제로 창업을 한 학생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이 진지하게 임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