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58>3현(現)주의: 현장·현물·현실

도요타 자동차의 핵심가치 중에 `현장, 현물, 현실`이라는 3현(現)주의가 있다. 남의 손을 거친 2차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현물이 있는 현장으로 가서 현실을 직접 겪으라는 것이다. 현장에 가야 현실을 만날 수 있고, 현실 속에 진실이 숨어 있다.

남다른 생각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책상에 앉아서 고민만 하지 말고 발로 뛰어다녀야 한다. 체험적 깨달음이 증발된 사고나 사상은 관념의 파편일 뿐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든 내 생각이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적용해본다. 몸이 동반되지 않은 사고는 참을 수 없는 인식의 가벼움만을 줄 뿐이다. 남의 개념에 나의 신념이 추가되지 않으면 한낱 관념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불을 잘 끄는 소방관은 책상에서 길러지지 않는다. 불타는 위기상황에 뛰어들어본 체험적 지혜가 불 끄는 소방관을 만든다.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다 얻는 회의 결론은 `적극 검토`로 귀결되며, 심각한 회의가 드는 회의는 기업을 위기에 빠뜨린다. 지금은 오랫동안 검토를 거듭하면서 결론을 도출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구상할 시간이 없다. 행동하면서 계획을 수정하고 대안을 탐색하면서 과감한 실천을 거듭할 때다. 완벽한 계획을 수립한 다음 실천에 옮기다가는 집이 완전히 불탄 다음에 불을 끄러 나가겠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비록 완벽한 대안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위기 상황에 뛰어들어 기업을 난국으로부터 구출해내는 브리꼴레르다. 브리꼴레르는 오랫동안 생각한 후에 행동하는 사색적 인재라기보다 행동하면서 대안을 찾아가는 실천적 인재다. 브리꼴레르는 나아가 완벽한 준비 끝에 비로소 행동에 옮겨 장중한 화음을 연출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기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즉흥적으로 연주를 시작해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 능력으로 한 편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재즈 연주자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