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한 공공 전자조달 일원화 사업이 자체 시스템을 운영 중인 공공기관 반대로 무산됐다. 추가 비용 부담과 독자적인 조달 정책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반대 배경이다. 공공기관의 개별 전자조달시스템 운영에 따른 비용 중복으로 국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조달청은 산재된 공공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합할 계획이었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통합에 반대해 백지화했다고 12일 밝혔다. 당초 공공기관이 전자조달시스템을 개별 운영함에 따라 운영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차세대 나라장터시스템 기반으로 공공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합할 계획이었다. 이용자 불편함과 공공 발주정보 관리 미흡도 통합 배경이다.
공공기관 중 자체 전자조달시스템을 보유한 기관은 20곳에 이른다. 정부부처 중 방위사업청이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자체 운영한다. 강원랜드, 대한지적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도로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력공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조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DN 등도 전자조달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20여개 기관의 전자조달시스템 운영비용은 많게는 연간 수십억원이 넘는다. 고도화 등을 포함하면 백억원대에 이른다. 각기 상이한 전자조달시스템 환경으로 이용자는 개별 시스템에 접속할 때마다 매번 다른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해야 한다. 중소 소프트웨어(SW)기업 대표는 “주요 대형 공공기관의 발주정보가 개별적으로 관리됨에 따라 접근하기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달청은 컨설팅을 실시, 통합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다수의 공공기관이 반대 의견을 냈다. 통합에 찬성한 기관은 조폐공사, 지역난방공사, 수력원자력공사 등 일부에 그쳤다. 결국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통합 추진을 백지화한 것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공공 전자조달 통합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해당 기관이 반대하면 통합을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전자조달 통합에 반대한 이유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체 전자조달시스템을 폐기하고 나라장터를 이용하면 내부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연동해야 한다. 조달청의 전자조달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것도 반대 배경이다. 방사청은 국방 조달이라는 특수성과 보안성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자체 전자조달시스템 고도화를 추진, 계속해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 전자조달시스템 운영 현황
자료 : 조달청·각 기관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