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올여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사용량이 전력공급량을 초과해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블랙아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래를 창조하는 사람들]<2>김민성 에기연 단장 “블랙아웃 막으려면 대기전력부터 줄여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306/440250_20130613195622_146_0001.jpg)
에너지 효율 전문가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김민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단장은 이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까. 효율성을 앞세울 줄 알았지만, 답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각 가정에서 쓰는 대기전력을 줄이는 데서 열쇠를 찾았다.
“가정용 모바일 기기와 PC 모니터, 아이패드 등의 대기전력만 줄여도 엄청난 전기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두 달은 발전소를 안 돌려도 될 것입니다.”
가정마다 대기전력을 모으면, 한 달 40~50㎾는 줄일 수 있다. 가전제품 한 대당 대기전력이 4W라고 볼때, 4인 가족 기준으로 전국에서 5억㎾나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단장이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열에너지를 네트워킹하는 방법으로 냉난방비를 대략 30% 줄이는 연구다. 연구소 내 남는 열을 실험장치와 연계해 최적화하자는 것이다.
전기처럼 네트워킹해서 효율적으로 쓰는 스마트그리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올 여름 목표도 있다. 배가스 실증시험동의 남는 열을 어떻게든 모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40% 정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김 단장은 내다봤다.
열이 뜨거운 데서 차가운 곳으로 흐를 때 나오는 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히프펌프 원리를 적용했다.
조만간 일반 모델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할 계획도 세워 놨다.
`일벌레` 같은 김 단장이 의외의 얘기를 풀어놨다.
“좋은 자리나 보직은 내게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치매에 걸려 더 이상 생각을 못할 때까지 연구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특정분야 대가가 돼 있을 것이고, 존경받는 석학이 돼 있지 않을까요. 그게 꿈입니다.”
김 단장이 책임지고 있는 연구원이 정규직만 60명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낮에는 각종 회의와 민원성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의 `본업`은 그래서 밤에 시작된다. 히트펌프를 실험하고, 설계값 검토, 선진기술 체크, 논문 체크 등 할 일이 산더미다. 새벽 1~2시 퇴근은 다반사다. 주위에서 주말부부 같다는 얘기에는 웃어넘긴다. 김 단장 철칙 중 하나가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보내자는 것이다.
“보직자가 책상머리에만 붙어 있으면, 10년이나 20년 뒤 할 일없는 연구자가 될 것 같습니다.”
연구에 대한 소신도 드러냈다. 교수나 의사가 되는 것보다 연구소에 와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가 김 단장에겐 천직인 셈이다.
김 단장이 엔지니어이자 과학기술자가 된 것은 우리나라를 위해 훌륭한 사람이 한번 되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에서 시작됐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애국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꺼냈다. 우수한 연구자들이 그런 식으로 많이 나오면 이공계가 살아날 터전이 다져지지 않을까하는 나름의 소박한 전망도 내놨다.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간판 연구원이 될 때쯤이면 노벨상도 그냥 따라오지 않을까요?”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