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는 유수(流水)를 저장, 물의 많고 적음을 조절하는 인공시설이다. 하천에서 충분한 용수를 얻을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중요한 용수원(用水源)이다. 인공시설이기 때문에 시설비가 비싸고 수질이 떨어지는 결점도 있다.
의림지(義林池)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저수지로 손꼽힌다. 신라 진흥왕 시기에 작은 계곡을 막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의 공검지(恭儉池), 밀양의 수산제(守山堤), 김제의 벽골제(碧骨堤) 등도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저수지다.
의림지 입구 바위표지에는 `농경문화의 발상지`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물이 곧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였음을 알려준다.
농경시대 물의 자리는 산업사회에서 전기가 대체했다. 공장은 물론이고 기반시설 대부분이 전기를 에너지로 움직인다. 전기는 물과 유사한 특성이 있다. 흘러간 물을 다시 쓰기 어렵듯 전기 역시 생산 즉시 사용해야 한다. 농사에 물이 필요한 시기가 집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도 수요가 몰리는 `피크타임`이 있다.
흐르는 물을 저수지에 가두듯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하면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전력피크 해소는 물론이고 전력부하가 커질 때 가동하는 고비용 발전기 사용도 줄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ESS가 일반화됐다.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 차원에서 ESS 보급 촉진에 나섰다.
우리도 양수발전소 외에 국산화·대형화가 가능한 다른 방식의 ESS 개발이 이뤄졌다. 이를 활용하면 대도시 주변이나 대형 원전 인근에 빌딩이나 지하벙커 형태로 ESS 시설을 갖출 수 있다. ESS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점은 해결과제다. 하지만 정부는 몰리는 전력 수요를 나누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는다. 전력저수지를 만들어 필요한 전기를 슬기롭게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