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대책은 부당한 단가 인하 압력이 그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즉, 만연한 부당단가인하 관행을 뿌리뽑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 경영 악화가 심화되고, 이는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창출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이 고도화하고 발전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기술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여기에 부당단가 인하까지 가세하면 중소기업의 입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된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나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려워지면 일자리 축소와 내수 위축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불가피하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부당한 단가 인하는 개별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발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가격인하 이슈가 거세지는 세계경제 환경도 한몫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등 신흥경제권 후발업체의 부상으로 이들과 경쟁하는 우리 대기업의 가격 인하 압박이 커져 그 여파로 부당한 단가인하 압력이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다. 이러한 부당단가인하는 대중소기업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도 작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KDI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경우 1인당 부가가치가 2005년 33.1%에서 2010년 26.7%로 뒷걸음질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수준도 2005년 52.2%에서 2010년 46.9%로 더 낮아졌다. 임금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최근 몇 년 새 더 커진 것이다. 이러한 때 부당한 단가인하까지 중기를 덮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그동안의 대중소기업 대책보다 광범위하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의 대중소기업 관련 대책이 대기업과 1차 협력사가의 문제에 국한한 반면, 이번 대책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간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에도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대책에서는 1차 협력사에 지급한 거래대금이 2·3차 협력사에 잘 지급되는지를 발주처가 관리, 감독할 수 있게 대금지급모니터링시스템을 마련케 하고 있다. 또 대중소기업이 함께 원가절감과 신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그 성과를 나눠 갖는 성과공유제도 2,3차 협력사로 확대했다. 대기업 오너나 CEO가 직접 2,3차 협력사를 방문해 1차 협력사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전환하게 유도하는 방안도 담았다.
세종=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