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우리는 왜 전력빈곤에 시달리나

우리는 왜 전력빈곤에 시달리나

[이슈분석]우리는 왜 전력빈곤에 시달리나
[이슈분석]우리는 왜 전력빈곤에 시달리나

전력수급이 여의치 않다는 경보가 연일 발령된다. 이달 들어서만 6차례다. 전력부족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반복되는 현상이다. 전력을 토대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전력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전력부족 문제는 최근 원자력발전소 3기가 정지하면서 나타난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전력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데 기인한다. 정부는 수요조절을 통해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매년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비춰볼 때 이 전력수급 정책은 한계가 있다. 수요에 맞는 공급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에너지 가격구조를 개편해 자원배분의 왜곡과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빗나간 수요예측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에너지수요전망`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연평균 전기소비증가율은 6.5%를 기록했다. 상당한 소비증가세를 구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상한 전력수요는 달랐다. 지난 2006년 발표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6~2020)에서 2020년까지 전력수요는 연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대전력수요 예상도 실제와는 격차가 컸다.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11년 최대 전력수요를 6594만㎾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최대전력수요는 7313만㎾까지 치솟았다. 제4차 계획에서도 2012년 최대수요를 7296만㎾로 예측했지만 실제는 7429만㎾를 기록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원전 3기가 가동을 중지하면서 전력수급 문제가 본격화됐지만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적은 수요 전망치는 발전소 건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비 건설 지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예측에 따른 발전소 건설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3차 수급계획상 2010~2013년 건설 예정인 민간발전설비의 82%(465만㎾)가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전력규모로는 원전 5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도 곳곳에서 벌어져 발전소 건설지연을 초래한다. 추진 중인 영흥 화력발전소 7~8호기 증설 문제가 대표적이다. 영흥화력은 수도권 전력의 20%를 공급하는 발전원이다. 전력당국은 이곳에 내년까지 석탄화력 등을 추가로 건설해 수도권 전력공급의 40%를 맡길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시와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설비 투자를 둘러싼 갈등은 발전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발전소에서 전력을 운반하는 송·변전 설비 문제도 쟁점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전과 주민의 갈등은 수년 째 진행 중이다. 신울진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동남부로 운송하기 위한 신울진~신경기변전소 송전선로 건설사업도 주민들이 지역 우회 통과를 요구 중이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 신중부변전소도 후보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인접한 곳에 LNG(액화천연가스)나 열병합 등 소규모 발전소를 짓는 방식으로 전력 설비 입지 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친환경 화력발전 기술에 투자하고 도시 인근 등 수요와 맞물린 곳에 소규모의 발전 설비를 짓는 방향으로 설비계획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 고장 정지로 공급 줄어

올 여름 전력난의 도화선은 일부 원전의 갑작스런 가동중단이다.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원전 23기 중 절반 가까운 10기가 멈췄다. 설비용량으로 771만6000㎾에 달한다. 계획예방정비 중인 원전을 제외하면 6기 정도가 제 때 전력을 공급하는 못하는 상황이다. 시험성적서 위조 원전 부품 사태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3기가 정지됐다. 또 한울 4호기, 월성 1호기도 각각 증기발생기 세관 결함, 설계수명 완료 등을 이유로 가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466만㎾ 규모의 전력 공급량이 줄어들었다.

원전뿐만이 아니다. 화력발전 역시 잦은 고장으로 멈추기 일쑤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8월 사이 평균 8회 이상 화력발전 정지사고가 발생했다. 발전5사의 최근 5년간 고장정비 또는 일반정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년 7~8월에 예고 없는 발전기 정지사고가 발생했다. 두 달간 화력발전기 36기가 총 44회 정지했다.

전 의원은 “최근 5년간 7~8월 정지사고 사례를 볼 때 올 여름 화력발전기 정지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고장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한 공급확대보다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예비력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수요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8~2012년 하계 전력 최대수요와 공급능력

월별 전력수급 전망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