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도서관은 지식의 유전이다. 한국은 새로움의 유전이다. 세계는 가능성의 유전이다. 생각이 에너지다` 예전 모기업 광고 카피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앞으로 부의 원천이 `만드는(making)` 산업에서 `생각하는(thinking)` 산업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은 국가 경쟁력을 `서비스와 지식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산하에 지식서비스산업위원회가 발족했다. 컨설팅, 디자인, 패션, 전시, 유통, 의료, 콘텐츠, 교육, 방송, 관광, 유통, 헬스 등 다양한 회원사가 함께한다.
지식서비스산업은 단순한 단일 분야가 아닌 다른 업종과 경계 없이 융·복합한다. 왜냐하면 지식과 서비스가 없는 산업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LED 제조사는 LED 제조 지식과 LED 설치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식과 서비스는 업종을 막론하고 필수적이다. 다만 다른 업종의 중간재로 투입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식서비스산업은 제조업 두 배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있으며, 제조업에 지식서비스를 1% 투입하면 2.6~4.2%의 부가가치가 상승한다는 통계도 있다.
게다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창조적인 감성, 예리한 직관력은 고객의 요구를 발 빠르게 읽고 이끌어야 하는 지식서비스산업을 펼쳐나가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인문 사회계열의 고학력 여성이 큰 자본금 없이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는 지식서비스 사업이 참 매력적이다. 필자도 15년 전에 출산과 함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시작한 일이 지금 사업의 모태가 됐다.
육아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요즘, 사업에 전력해 탄력을 받고 있지만 동창 친구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대부분 전업주부인 그녀들은 사회생활을 부러워하면서 두려워한다. 학교 다닐 때는 쟁쟁하고 전망 있던 그들이었건만 경력 단절을 딛고 사회생활을 다시 하기란 영어 한 글자 못하면서 뉴욕 한복판에 버려지는 일 만큼이나 막막하단다. 부럽지만 두려운 사회 진출, 그것이 요즘 경력단절 여성의 고민이다.
이제 여성이 일하는 건 권리가 아닌 의무의 시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여성이 일터에 나오는 것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는 여성의 창업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생계형뿐 아니라 자기개발형 창업 의지를 갖고 있는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지식서비스 사업 창업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요즘 뜨고 있는 이효리의 `배드 걸(Bad Girl)` 가사의 한 소절이다. 예전에는 손가락질하던 여성상이 이제 멋진 여성으로 칭송받는 세상이 됐다. 이처럼 당당하고 소신 있는 알파걸과 골든레이디, 파워우먼이 대중문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욕심껏 경쟁력 있게 펼쳐나가는 여성 사업가가 많아지려면 지식서비스산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간 제조업 위주 패러다임에 편중됐던 세제, 재정, 인력, 인프라 등을 지식서비스산업에 각별히 배치하고, 타 분야 지식과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분야가 빈번하게 생성·소멸되는 지식서비스산업 특성을 고려한 통합적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지윤정 한국여성벤처협회 지식서비스산업위원장(윌토피아 평생교육원 대표)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