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 부당단가를 근절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책을 마련, 발표했다. 국산 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가 그 핵심이다. SW업계는 즉각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효성`을 놓고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대책이 실현되려면 공공기관들이 SW 유지관리 대가를 인상하기 위해 정보화 예산을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전체 정보화 예산을 늘리는 방안은 없다. 한정된 정보화 예산 내에서 SW 유지관리 대가 예산만 늘릴 뿐이다.
◇SW 유지관리 예산만 늘리면 `풍선효과` 우려
정부가 발표한 `2014년 국산 SW 유지관리 요율 평균 10% 인상, 2017년 15% 단계적 조정` 정책을 시장에서 현실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미 기획재정부와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로 합의한 후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재부와의 예산 증액 합의는 여기까지다.
SW 유지관리 예산이 포함된 전체 정보화 예산 증액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부처 정보화 예산 총액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기재부 입장이다. 김완섭 기재부 산업정보예산과장은 지난 4일 전자신문과 강은희의원실이 공동 개최한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공정보화 사업 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향후 4년간 약 140조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최근 정부부처 정보통계담당관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운영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전체 정보화 예산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SW 유지관리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한계다. 이미 상당수 신규투자 예산도 10~15%가 삭감된 상태여서 더 이상 예산 감축은 어렵다. 통신회선료 등 고정 비용을 갑작스럽게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정보화 예산 증액과 예산 낭비 근절이 대책
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를 위한 효율적인 예산 확보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공기관의 전체 정보화 예산을 증액, 기존 예산에 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를 위한 예산을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공공기관 스스로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고, 이를 SW 유지관리 대가 예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정부부처 정보통계담당관은 “지난 정부에서 단위당 정보화 예산이 크게 줄어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제는 정보화 예산을 현실적으로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대국민 서비스 확대와 업무처리 자동화로 정보시스템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지보수 계약을 SW 기업과 직접 하는 것도 방안이다. 분리발주로 SW 기업과 직접 유지보수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받는다. 7~8%의 유지보수 요율이, 실제 SW 기업에게는 3~4%로 적용되는 이유이다.
공공기관의 정보화 예산에 대한 효율화도 필요하다. 방법은 불필요한 정보시스템을 폐기,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시스템 폐기는 조직이 유연한 금융이나 통신 등 민간기업도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옛 행정안전부도 지난 2010년 정부통합전산센터 내 활용도가 낮은 정보시스템 폐기를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정부부처 정보화통계담당관은 “공공기관이 혁신적인 자세로 불필요한 운영비용을 대대적으로 감축하지 않는 한, SW 유지관리 예산 증액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해 중복·선심성 사업을 걸러내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방안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