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잊혀질 권리 법제화 시동

온라인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소위 `잊혀질 권리`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권은희 의원을 중심으로 법제화가 추진되며,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입법화에 따른 영향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이노근 의원은 지난 2월 네이버, 다음, 구글 등 사이트에 노출된 개인 정보를 정보주체가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으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있는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디지털 주홍글씨` 폐지 논의 `스타트`

현행법에서는 인터넷에 올린 개인정보가 담긴 글을 삭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임시조치 제도가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흔적을 100%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온라인서비스 업체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확인절차를 거쳐 삭제를 이행하게 된다. 자신이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비롯해 정치적 이슈에 대해 남긴 댓글, 옛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 등에 대해 자신이 결정권을 갖게 된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신상 털기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술자리에서 찍어 올린 사진 때문에 채용 또는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하는 안타까운 사례 방지효과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알 권리 vs 잊혀질 권리, 경계선은 어디…

잊혀질 권리가 최종 법제화되는 데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잊혀질 권리의 허용 범위다. 무제한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면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 표현의 자유·창작의 자유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삭제를 요청받은 글에 관한 연관 검색어까지 삭제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와 관련, 최근 유럽연합(EU)은 제 3자에게 복사·복제·링크한 정보에 대한 삭제통지 의무를 삭제했다.

네이버, 다음 등 ISP의 책임문제도 대두된다. 개인이 삭제를 요청하면 포털이 무조건 삭제해 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문제다.

◇EU 가장 적극적, 법제화는 아직

EU는 전통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가장 적극적이다. 개인정보 수집을 하는 구글과 끊임없이 충돌을 하는 것은 단적인 예다. EU는 지난해 1월 25일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EU 규제안(Reguration)`을 마련했다. 이 규제안은 EU 소속 모든 나라에 일괄 적용되는 강력한 행정규제로, 최종 상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학자들은 이 안이 통과되면 다국적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EU안은 개인정보 삭제 권리를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적용 예외 조항을 담은 게 특징”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영업하기가 굉장히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 시대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잊혀질 권리를 너무 광범위하게 허용하면 경제주체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연합과 우리나라의 삭제청구권에 대한 예외의 비교

[정보보호]잊혀질 권리 법제화 시동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