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성공의 열쇠를 누가 쥐었을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인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창업자인가. 둘 다 중요하지만 금융사 역할이 절대적이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이곳에 돈이 잘 흘러야 하는데 그 길목마다 금융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저마다 창조금융을 외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사 뿐만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들도 창조경제 관련 금융 지원과 투자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그런데 정책 금융사들은 정부 발 정책금융 개편에 대비한 `코드 맞추기`에, 시중은행들은 지난 녹색금융과 같이 유행 주제 `갈아타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의도가 무엇이든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자금이 늘 부족한 중소 벤처 기업에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산업계는 잇따른 장밋빛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정작 창조경제 현장엔 자금이 돌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정책당국과 금융권을 지켜본 학습 효과다.
창조금융은 녹색금융과 분명 달라야 한다. 녹색성장이 새 성장동력을 찾는 시도라면, 창조경제는 더 나아가 경제 틀을 완전히 바꾸자는 모색이다. 경제부처와 금융권이 창조금융을 내세웠다면 돈을 굴리고 회수하는 체계 자체를 혁신해야 하는데 현실은 옛 관행 그대로다.
경제 관료 출신이 민간 금융사 수장을 꿰어 차고 통제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은 전혀 달라질 기색이 없다.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제재 권한 주도권 싸움만 벌인다. 금융사들도 일선 현장의 기업금융 관행 혁신에 관심이 없다.
지식재산(IP)을 담보로 융자와 투자를 해주는 `IP 파이낸싱`이라고 있다. 창조금융 핵심이라는 이 금융기법이 겉돈다.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모험보다 거래해온 큰 기업에 대출을 몰아주는 안전이 금융권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칫 투자 실패로 승진 누락은 물론이고 일자리까지 잃을 모험을, 관행을 거스르면서 시도할 금융인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릇된 관행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에서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창조경제는커녕 창조금융 성공은 당연히 헛된 기대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