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단계에 있는 대부분의 벤처회사는 필연적으로 조직 내부의 성장통을 겪는다. 이 때 회사에 고유한 문화가 존재하고 구성원이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지 여부에 따라 이를 계기로 더 크게 성장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조직이 와해되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직원은 55명이다. 3년 전에는 2명이었고 2년 전에는 16명이었으며 1년 전에는 28명이었다. 약 1년 전, 회사 직원 수가 30명이 넘어가는 시점에 걱정이 되었다. `우리 회사가 탄탄하게 성장한다면 내년 이맘때 즈음에는 직원수가 50명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그럼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막막해졌다. 직원 수 50명이 넘는 회사는 이제 단체 회식을 할 장소를 찾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과 인사 이외에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동료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했다.
회사가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문화 중 좋은 것은 더욱 굳건히 다지고 좋지 않은 것은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구본신참(舊本新參)의 작업을 천천히 시작했다. 이를 위해 회사의 구성원이 기존의 좋은 문화는 유지하고 새로운 긍정적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의 좋은 조직문화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회사의 분위기는 초기 구성원 몇몇이 가지고 있던 분위기와 성향에 의해 결정된다고들 이야기한다. 결국 회사가 이미 가진 긍정적인 문화가 무엇인지 끄집어내고, 이를 명문화해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기존 구성원이 가진 긍정적인 세 가지 성향을 꼽고 `신규채용 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세 가지` 로 명문화해 반복적으로 회사 내부와 외부 채널을 통해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실상은 같은 내용일지라도 전달하는 메시지를 달리하면 구성원이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조직의 비전과 가치 등을 이야기할 때에 핵심적인 1∼3가지를 선정하고, 이를 가장 공감 가는 형태의 문장과 단어로 정리해 일상에서 다양한 채널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선동자 집단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와는 별개로 한 조직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화를 전혀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환영 받기 어렵다. 이때 중요한 것이 새로운 시도에 공감하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선동자집단이다.
`선동자`라는 어감이 좋지 않은데, 우리 회사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호칭을 직급·이름·별명을 혼재해 중구난방으로 부르던 것을 닉네임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각기 다른 팀의 서로 다른 직급을 가진 10명의 구성원에게 새로운 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었다. 일단 시작이 어렵다고, 10명 구성원이 먼저 상대방을 닉네임으로 부르기 시작하고 이것이 재미있는 놀이로 여겨지도록 하니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 구성원들이 서로를 당연히 닉네임으로 부르게 되었다.
선동자집단을 선정할 때의 팁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구성원보다는 신규 입사한 구성원 비율을 높이면 더욱 쉽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조용하고 말 수가 적은 사람보다는 활발하고 변화를 즐기는 성향의 사람을 우선적으로, 팀원보다는 팀장급 이상부터 시작하도록 하면 변화가 회사 내에 빠르게 확산되는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우리 회사에는 비누, 슈퍼맨, 린다, 다니엘, 블루, 테이 등 회사 외부에서는 차마 부르기 망설여지는 재미있는 닉네임들이 많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회사 구성원은 55명으로 늘어났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행착오도 더러 있었지만 큰 성장통을 치르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존의 좋은 문화를 지속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박희은 이음 대표 hepak@i-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