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집국 봉쇄·기사 집배신 폐쇄

노조 비대위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불법 조치"

사주의 200억원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에 따른 기자들의 반발로 시작된 한국일보 사태가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장재구 회장 등 사측 인사 15명이 전날 오후 6시 2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편집국에 진입해 일하던 기자 2명을 밖으로 내쫓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사측은 당시 편집국 내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고 서명을 거부하는 기자들을 내쫓았다. 이어 15층 편집국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편집국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3대와 비상계단도 폐쇄했다고 비대위가 전했다.

사측은 아울러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인 기사 집배신을 폐쇄하고 기사 집배신에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도 모두 삭제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기사 집배신에 자신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퇴사한 사람입니다. 로그인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접속이 되지 않는다.

비대위 소속 기자 100여명은 16일 한진빌딩 1층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편집국 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일부 기자들은 15층 편집국 진입을 시도했지만 문이 잠겨있어 진입에는 실패했다.

건물 주변에는 노사간 충돌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 1개 중대가 대기 중이다.

비대위는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은 사측 인사와 용역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며 "이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편집국 폐쇄가 아닌 정상화 조치"라며 "사규를 준수할 의사가 있는 모든 사원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다만 근로제공 의사가 없거나 사내질서를 문란케 해 신문제작을 방해하려는 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충돌을 막기 위해 남대문경찰서에 10명의 시설경비요원을 사전신고하는 등 적법 절차를 거쳤다"며 "실제 시설경비도 노조의 강성 주장에 반대하는 비편집국 사원들이 중심이 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이에 편집국 기자들이 보복 인사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중 편집국` 체제로 운영돼왔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 회장이 개인적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