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을 조직적으로 해킹하고 도청했다고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영국은 18일 북아일랜드 로크에른에서 G8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어서 큰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영국 정부의 해킹과 도청 사실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수집 실체를 폭로한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추가 공개 기밀문서에서 드러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감청기관 정보통신본부(GCHQ)는 2009년 4월과 9월 런던에서 연이어 열린 G20 정상회담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의 인터넷 및 전화 통신 내용을 대거 가로챘다.
GCHQ는 각국 대표단이 주고받은 이메일 본문을 몰래 가로채 분석했다. 행사장에 인터넷 카페를 차려 대표단이 쓰도록 유도했다. 인터넷 카페는 함정 시설이다. GCHQ는 이곳에서 외국 정부 요인의 접속 아이디와 암호 등을 수집했다.
GCHQ는 전문가 45명을 동원해 각국 대표단이 누구와 전화를 하는지 24시간 감시했다. 도청 정보는 실시간 그래픽 화면으로 만들어져 GCHQ 작전실 내 15m 대형 스크린에 비춰졌다. 분석된 각국 통화 정보는 바로 G20 영국 대표단에 넘어가 영국이 신속하게 협상 우위를 점하는 데 활용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감청은 테러나 군사 분쟁 등 국가 안보에 직결된 사안이 아닌 `국제 협상에서 국익 증진` 등 더 폭넓은 목표를 위해 이뤄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GCHQ 관계자는 “G20 의장국으로서 영국 정부가 설정한 목표와 관련된 첩보를 당국자에게 적시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2009년 런던 회의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한국이 도청 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역시 G20 회의가 있던 2009년 당시 영국 `RAF 멘위스힐` 기지 주재 NSA 요원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을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대표단이 모스크바로 건 기밀 위성전화 신호를 가로채 암호를 풀려고 시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