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은 최근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일본 닛토덴코에서 전량 수입하던 이 필름은 터치스크린패널(TSP)의 핵심 소재다.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국산화에 나섰지만 문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는 아직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대구 나노융합실용화센터의 지원을 받아 국내 중소기업이 10인치 이상 TSP용 ITO 필름 개발에 성공했다. 고성능 ITO 필름 면저항 수준인 100Ω~150Ω에는 미치지 못하는 200Ω~270Ω의 저항을 구현한다. 이 회사가 외산에 필적할만한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 R&D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100억원 남짓이라 장비·설비 투자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개발한 기술이 고사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가 투자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된 나노 강국 프로젝트, 국가나노인프라센터 구축 사업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6개 센터에 장비가 반입되고 연구개발(R&D)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와 더불어 나노 산업도 꽃을 피웠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회로 미세 패턴 공정은 물론 터치스크린패널(TSP), 각종 특수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나노 산업은 진화해 왔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미세 3차원(D) 구조를 갖는 반도체, 전기 전도도가 높은 물질을 활용한 신개념 부품, 전자 기기용 박막 필름 등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기술을 개발해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할 때다.
◇나노 인프라 고도화
인프라를 활용해 재도약에 나설 시점이다. 1단계에서 각 지역별 센터를 만들고 장비·설비·인력 등 기반 시설을 조성했다면 2단계부터는 지역 중소기업과 연구소와 연계해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장비·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항·대전·대구·광주 등 지역별 나노센터는 기본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특화 설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선행 공정도 부족하다. 또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인프라도 아직까지 미흡하다. 소량·다품종 생산을 통해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과제다.
김상익 국가나노인프라협의체 사무국장은 “내년이면 그동안 써 오던 장비나 설비가 노후화하는 시점”이라며 “10년 전 구축한 장비로는 차세대 나노기술 R&D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게 예산이다. 국가나노인프라협의체는 장비·서비스 고도화에 오는 2020년까지 약 1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4개 기관(포항 나노기술집적센터, 전북나노기술집적센터, 광주나노기술집적센터, 대구나노융합실용화센터)의 기존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상용화(30%), 장비활용(25%), 선행연구(20%), 특화인력 수급(15%) 등 다방면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당장 내년부터 105억원, 점차 액수를 늘려 연간 264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는 나노 제품 50개 상용화, 연평균 2400억원 매출액 창출, 연간 240명 일자리 창출이다.
◇나노융합상용화 플랫폼 활용사업2.0
나노기술인프라 협의체는 산업부 산하 4개, 미래부 산하 2개 기관으로 나뉘어 있다. 미래부는 `나노팹시설활용지원사업`을, 산업부는 `나노융합상용화 플랫폼 촉진 및 활용 사업`을 각각 추진해왔다. 두 정책 모두 상용화 기술 지원과 범용 플랫폼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두 사업을 통합해 오는 2014년까지 5년간 31개 기업을 지원하고 플랫폼 기술은 18개를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적어도 상용화 기술 100개, 플랫폼 기술 30개를 확보해야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른 관련 제품 매출액은 5000억원 이상, 고용 창출은 1000명 이상이 목표다. 소요 예산은 연간 국비 100억원씩으로, 5년에 걸쳐 500억원을 필요로 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