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 글로벌시장서 해법찾다]<6> 천연자원이 풍부한 전력의 나라 `호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가별 전력판매회사 변경 현황

천혜의 자원이 풍부한 호주는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다. 구리, 유연탄 등 광물자원과 원유, 가스 등 화석연료가 차고 넘쳐 에너지 걱정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호주의 전력 민영화는 풍부한 천연자원에서 시작됐다. 발전연료가 풍부해 발전단가는 저렴해지고 공급은 수요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들이 전력을 소비재로 인식하고 산업구조를 시장에 맡겨 놓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력거래, 글로벌시장서 해법찾다]<6> 천연자원이 풍부한 전력의 나라 `호주`

[전력거래, 글로벌시장서 해법찾다]<6> 천연자원이 풍부한 전력의 나라 `호주`
[전력거래, 글로벌시장서 해법찾다]<6> 천연자원이 풍부한 전력의 나라 `호주`

민영화로 쌓이는 정부 예산은 대부분 국민의 교육과 건강에 투입된다.

호주의 전력산업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우리가 중앙정부 아래 한국전력 등 전력공기업으로 구성된 수직계열화라면 호주는 연방과 6개 주정부, 2개 특별구, 여기에 각 민간발전과 수십여 판매기업으로 이뤄진 수평분업화 시장 구조다. 우리가 독점적 전력거래 시장이라면 호주는 경쟁적 도매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분명히 다르다.

◇22년전 전력민영화…지금도 진행 중

호주의 전력민영화는 1991년 시작됐다. 전력 네트워크를 제외한 모든 산업은 민간 기업이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 대부분을 넘겼다.

캐머런 오렐리 호주전력소비자연합회장은 “22년 전 시작된 호주의 전력민영화는 현재 98%가 진행됐으며 발전과 판매는 민간 기업이, 송전과 배전은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며 “산업체와 상업건물, 일반 가정은 전력 판매회사로부터 전기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호주는 6개 주와 2개 특별구로 나뉘어 있다. 송배전 망을 100%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호주의 전력산업은 크게 NEM(National Electricity Market), WEM(Western australia Electricity Market), NT(Northern Territory) 세 지역으로 구분된다.

동부의 ACT와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테즈메니아가 NEM으로 묶인 강제적 풀 시장으로 발전회사와 소매회사가 참여하는 도매 현물시장이다. 6개 주 발전소는 대부분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발전과 판매 통합을 허용하고 있다.

판매 부문은 1990년 이전에는 주정부 소유 전력회사가 해당 지역에 독점 공급했으나 점차 민간 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NEM에 참여하고 있는 주(州)의 발전 부문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발전과 판매 부문 간 수직통합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빅토리아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는 정부 소유의 모든 소매 부문을 민영화했으며 퀸즐랜드도 지난 2006년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NEM에 참여하는 주 중에서 테즈메니아를 제외하고 모든 고객이 소매사업자를 결정할 수 있는 FRC(Full Retail Contestability)를 도입했다.

크리스 록 호주광물에너지관광부 국장은 “호주 전력민영화 정책의 핵심은 효율적 전력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동부 6개 주 전력산업은 12년 전 시작된 경쟁적 도매시장”이라고 말했다.

◇민영화 결과물은 `국민 삶의 질` 확대로

호주가 전력민영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주정부 재무상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전에는 주정부 소유 전력회사가 발전에서 판매까지 모든 부문을 독점, 유지했다. 그 결과 각 주의 수직·독점 전력회사들은 설비예비력 과다, 발전소 이용률 저조, 신규투자 자본비용 과다, 낮은 노동생산성 등으로 경영상태가 갈수록 악화됐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구조개혁, 지역 간 계통연계 및 도매전력 시장 도입을 추진했다. 도매단계 투명성을 확보하려 전력현물 시장 수립, 송배전 망 접속 개방, 경제적 규제 수립, 소비자 선택권 부여 네 가지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빅토리아주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재산 매각을 이용한 재무 정상화를 도모했다. 오렐리 연합회장은 “진정한 국가 에너지 시장을 만들려면 완전한 재무적 시장 설립이 중요했다”며 “지금도 발전 자산을 매각하려는 주정부 움직임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넘쳐 나는 전력예비율 역시 전력민영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호주의 전력상황은 풍부한 발전원료로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앞서고 있다. 호주 정부는 전력시장 자체가 성숙단계에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에 발전과 판매 권한을 넘겨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관리하지 않고 시장경쟁체제에 내놓아도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전력민영화 이후 들어오는 세금의 대부분을 국민의 교육과 건강에 투입하고 있다.

크리스 피터 AGL 에너지 마케팅실장은 “주정부는 재무 상황을 극복하고, 경쟁으로 걷히는 세금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며 “전력민영화 이후 정부가 전기요금 등에 관여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시장경쟁으로 책정

전력민영화 이후 각 가정의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됐다. 구조개편 이전 전력요금은 ㎾h당 평균 110원이었으나 지금은 250원이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GNP)이 5만달러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의 전기요금은 최근 5년 전부터 급격하게 상승했다. 민영화로 발생한 전력 망 시설투자와 탄소세 영향이 가장 컸다. 호주의 전력생산 원료는 89%가 석탄이다.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부담을 낮추고자 지난해 7월 호주는 탄소 1톤당 23호주달러를 부과하는 탄소세 법안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확대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늘고 있다.

오렐리 연합회장은 “최근 5년 새 스마트미터(AMI) 도입과 송전 망 비용 증가,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급상승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정부는 전력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가격상한규제를 적용했다. 소매전력요금 구성은 도매 에너지 비용이 37~45%, 전력 망 이용요금 43~51%, 판매회사 운영비용 4~8%, 판매회사 이윤이 3~5%로 책정돼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거래소에 해당하는 AEMC는 소매경쟁의 효과를 매월 평가해 시장을 실시간으로 감시, 가장 저렴한 발전기부터 급전지시를 내린다.

◇호주에서의 전력은 소비재

호주 정부가 전력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전력을 인식하는 국민의 시선이었다. 호주 국민은 전기를 아직도 정부서비스로 생각하고 있다. 전력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익명을 요구한 AGL 에너지 관계자는 “가격 부문에서는 정부의 간섭을 전혀 받고 있지 않지만 소비자는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력이 필수재이긴 하지만 민간 기업이 전력망에 투자한 만큼 주주들의 적정이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력민영화의 숙제는 아직도 남아 있다. 주정부는 보유한 발전 부문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력판매 기업은 정부에 완전경쟁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주정부와 판매기업 간 협업을 위해 중간 규제기관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기관인 오스트리아 에너지 레귤레이터(AER)를 뒀다.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기관으로 시장가격과 판매행위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오렐리 연합회장은 “전력 정책에서 호주 정부의 고민은 정부가 보유한 발전소를 모두 매각하는 것”이라며 “광물자원이 풍부한 이점을 활용한 석탄화력발전 중심으로 가고자 무조건 전력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록 호주광물에너지관광부 국장

“호주의 전력민영화는 효율적 전력시장을 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판매 기업에 동일한 법과 제도를 부여하고 있으며 소비자인 기업과 국민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크리스 록 호주광물에너지관광부 국장은 호주 전력민영화를 `효율과 혜택`으로 정리했다. 수직화된 전력산업을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수평구조로 바꿔, 시장경쟁체제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크리스 국장은 “발전소를 주정부가 갖고 있으면 예산 등 정책적 위험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시장이 잘 운영되고 있고 가격 담합 등의 감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의 시장 감시 기관은 시장운영자(AMO)와 시장규제기관(AER), 호주에너지시장위원회(AMC) 세 곳이다. 지난해 규제와 감시, 시장 확대를 더욱 강화하려 `코웨그`를 도입했다. 코웨그는 전력관련 정부부처 장관급 모임으로 전력망과 공급,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전기요금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크리스 국장은 “최근 들어 전력망 설비 구축, 수요확대 등으로 전기요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지난달 스탠딩컴퍼니 에너지 리절소스(SCER)를 만들어 전력요금 인하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크리스 국장은 전력민영화로 소비자가 받은 혜택은 가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호주의 전력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지만 최근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있어 주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며 “소비자가 실시간 요금제, 선택형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오히려 판매사보다 우위적 지위에 위치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완전한 전력민영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완전 분리할 계획이다. 발전 부문의 정부 지분도 매각한다.

크리스 국장은 “전력시장과 관련해서 주정부가 가격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뉴사우스웨일스에서는 다양한 시장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더 많은 전력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 호주 전력소비량 현황 (2010년 기준)

자료= 에너지 오스트레일리아

표// 호주 전력소비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