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62>관씨 집안의 난상토론(1)

관씨 집안에는 객관과 주관, 낙관과 비관, 구관과 명관, 개관과 사관이라는 논객이 있다.

우선 객관(客觀)과 주관(主觀)이 먼저 나서서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객관은 세상은 객관적 사실로 구성돼 있어서 주관적이면 변덕이 심하고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주관이 나타나 객관도 결국 주관적인 인간이 파악한 사실이기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객관은 손님의 관점이고 주관은 주인의 관점이니 결국 주인이 손님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낙관(樂觀)과 비관(悲觀)이 나타나 뒤를 이어 논쟁을 벌였다. 낙관이 먼저 한마디 했다. 부정적인 일이 벌어지고 살기 힘들어도 낙관적으로 바라보아야만 힘겨운 삶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관은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삶은 비극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너무 낙관적이면 비극적 상황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절망을 만나 좌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구관(舊官)과 명관(明官)이 나타나 아무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다. 아무리 새로운 관리가 나타나도 예전의 관리가 여러 가지 점에서 훌륭했다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칭찬받는 것도 오래된 지혜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잘 활용하면서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구관을 그래서 명관 앞에서 너무 까불지 말고 자기 분수를 지키라는 것이다.

네 번째로 개관(槪觀)과 사관(史觀)이 맞붙었다. 개략적인 관점을 갖고 전체 내용을 우선 꿰뚫는 통찰력이 있어야 역사적 사실에 대해 뚜렷한 관점을 지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략적인 관점을 우선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사관(史觀)은 개인의 의견인 사관(私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사관은 개관만으로 역사적 관점을 세울 수 없어서 동일한 역사라고 할지라도 어떤 사관(史觀)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다고 맞대응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