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맘때쯤 공공기관에 광풍이 몰아쳤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전임 정부에서 선임된 기관장은 모두 물러나라는 `하명`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일부 기관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해당 부처 장관과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모습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아직은 잠잠한 형국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문제가 됐던 `청와대 낙하산 인사` 논란도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공공기관장 임명에 새 전형이 제시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관치`가 그 자리를 메웠다. 각 부처들이 산하 공공기관장에 관료 출신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해양부 등은 부처 출신 전직 관료를 앞다퉈 공공기관장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국가 운영 시스템이 과거 관치시대로 회귀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이같은 관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를 백지화하고 공공기관장 선임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고강도 후속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는 소식이 들려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선임 백지화는 부인하면서도 지금까지 인선현황과 기준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예비후보 폭을 훨씬 늘려 두루두루 폭넓게 찾는 작업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러한 방침이 다시 `내 사람 챙기는 인사`로 되돌아가는 단초가 되서는 안된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으로 `국정철학 공유`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능력과 전문성이다. 정부는 이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
권상희 경제과학벤처부 차장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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