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질을 10억분의 1m 단위의 나노 원자(분자) 단위에서 다룰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특성을 활용하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약간의 조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신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도 나노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나노 물질에 대한 안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체 세포보다 작은 단위의 나노 분말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산업화 기술 개발에 비해 연구가 미진하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역시 전기전도성은 실리콘 등 대체 물질에 비해 뛰어나지만 그 빠른 전기전도성이 인체에 어떤 기능을 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어쨌든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노 기술을 사장시킬 수는 없다. 나노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국가적·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유다.
다행히 한국은 나노 안전성 연구·표준에 있어서는 선진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나노기술 안전관리를 위한 전략 수립 방안을 내놨다. 국제 규제 및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 개발 단계에서 연구 윤리와 안전지침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나노제품 안전성센터를 구축하고 운영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안전성 평가, 보급 매뉴얼도 정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나노기술 응용식품의 정의, 분류 체계, 안정성 평가 지침을 마련한다.
이 외에도 범부처 차원의 `제1차 나노안전관리 종합계획`을 향후 추진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 합동 회의, 전문가 포럼, 워크숍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우리 기술표준원의 나노안전성 측정기술 중 하나가 국제표준화기구 나노기술위원회에서 국제 표준으로 승인됐다. 이 외에도 국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나노기술작업반(WPN) 환경건강안전(EHS) 관련 `사회적 영향`, `식품보건규제` 등 각종 분과에 범 부처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