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입니다. 경쟁사 가운데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주 미국 올랜도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인포컴 2013`에 참여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 말이다. 그의 말에서 사이니지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쉽게 말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공개한 `삼성 스마트 사이니지 플랫폼(SSSP)`에 대한 기대가 크다. SSSP는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다. 20여 곳 시장을 이끄는 사이니지 시스템통합(SI)업체를 협력사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단적으로 입증한다. 이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매년 고성장하는 사이니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훨씬 용이하게 됐다.
SSSP는 삼성이 고객사에 `원스톱(One Sto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다. 제조사라는 한계를 넘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카드다. 애플이 앱스토어로 서비스(콘텐츠) 경쟁력을 크게 강화한 것과 같은 의미다. SSSP는 삼성과 협력 SI업체간 협업 플랫폼으로, 특히 삼성은 협력사를 통해 다양한 사이니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경쟁사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삼성은 10년 이상 상업용 디스플레이(LFD)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업체 등 경쟁사 추격은 부담이다. 아직 기술차가 존재하지만 디스플레이에서는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내년 상황도 예측이 힘들다.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고 그 대안이 SSSP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경쟁사가 준비하지 않았다면 최소 1~2년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동시에 사이니지 콘텐츠 확보를 위한 대책도 찾아야 하는 부담을 함께 안게 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이니지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공항·호텔·병원 등 대형건물만이 대상 시장이 아니다. 개인 사무실과 기업 화상회의실, 식당 메뉴판, 옷가게 광고판 등의 모니터를 사이니지가 대체한다.
이미 실사례가 나오고 있다. 편리해지는 사용 환경도 시장 확대에 한 몫 한다. 스마트폰으로 사이니지 콘텐츠를 손쉽게 수정·변경할 수 있다. 예컨대 옷가게 주인이 스마트폰으로 사이니지에 나오는 할인율을 10%에서 15%로 변경할 수 있다. 만들어진 콘텐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 편리성을 높인 콘텐츠는 계속 등장한다.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삼성전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최근 미국 뉴저지에 기업 고객 대상 전용 영업센터를 오픈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이니지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공항 사이니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공항 사이니지 시장의 40%를 점유했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인은 그냥 모니터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차별화된 마케팅을 고민하는 기업인에게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선 디스플레이서치 부장은 “사이니지 시장 성장의 한계였던 디스플레이 크기 제한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와 함께 가격도 내려가 시장 잠재력은 크다”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