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융시장과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대응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양적완화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외국인 자금 추가 이탈에 따른 증시와 채권시장 위축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외부요인이 경제회복을 지연시키는 일이 없도록 점검하고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또는 종료가 가시화되면 국제금융시장 나아가 신흥시장국 및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재부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일본 아베노믹스의 향방 등 새로운 위험이 부각됐다”고 진단하고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무질서하게 추진되면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엔저나 양적완화 등 부문별 위험요인이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대응하겠다”며 “필요에 따라 거시건전성 조치를 탄력적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또는 종료가 가시화되면 국제금융시장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준의 최초 양적완화 축소 시기, 방식, 시장 반응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클 것이며 개별 국가의 펀더멘털에 따라 그 충격이 달라질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은 “단기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외환건전성 정책을 운영하고 외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주요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등 다층적 금융안전망 확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바뀌면 달러 강세 및 글로벌 금리 상승 등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외부 요인이 한국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엔저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세계경제 불안정이 우리 경제회복을 지연시키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점검하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금융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우리 경제 체력 비축에 역점을 두고 지금까지 수립하고 추진해온 정책을 착실하게 집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실물과 금융이 다 개방돼 있기 때문에 외부환경 변화가 심한데 그런 변화에도 너끈히 견딜 수 있는 근본체력을 잘 키우는 것이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며 관계 부처가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의 발전방안과 관련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정보통신을 잘 알아야만 하는 게 아니라 새 아이디어로 뭔가를 좀 더 좋게 개선하려는 마음이 핵심”이라며 “그것이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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