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원자력발전(원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에너지 정책은 원전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확대론과 원전의 재해가 현실화된 이상 이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축소론 내지 폐지론으로 확연히 나뉘어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찬반대립이 첨예해 국론분열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최근 한창 작업 중인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이 그 계기다. 이는 최적의 국가 에너지믹스를 재조정하는 작업으로 2008년에 발표된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을 근간으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여러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요 내용은 원전의 비율과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 등이 핵심이다. 근래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보고회, 심포지엄, 공청회 등을 여러 기관이 앞다퉈 여는데 공통적 현상 중 하나가 원전 확대론자들이 거의 예외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언급한다는 점이다. 발전단가나 설치 면적과 규모 등을 비교 검토하면서 원전 확대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가 마치 여러 문제점을 가진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대부분 잘못된 인식과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발전단가를 비교하는 경우, 단순 에너지 생산비만을 비교해 진실을 왜곡시킨다. 원전 발전원가에는 직접적인 발전 비용뿐 아니라 원전 부지의 선정, 방폐장 건설과 운영, 사고 발생 시의 처리비용, 노후 원전 폐기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한다. 그럼에도 발전 원가만을 제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신재생에너지와 비교를 위한 각종 계산에 잘못된 통계 수치를 이용하거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편향된 자료를 쓰기도 한다. 후손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데 있어서 신재생에너지 역할이 중요하며, 국산에너지 확보라는 측면 외에도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정치적인 취약점을 가져 안보적 측면에서 보다 안전한 분산형에너지로서 신재생에너지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밝혀야 되지 않을까?
`에너지믹스`에 있어서 원자력과 신재생은 규모면에 있어서 결코 경쟁이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수력과 폐기물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고 원전 확대론자는 주로 비교대상으로 잡고 있는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순수 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불과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규모 면에서 원전이 순수 재생에너지의 수십 배 이상이 돼 현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는 결코 원전과 경쟁이나 대체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친환경 등 여러 가지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서로 보완적인 수단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또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대응의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은 원전 확대론자들도 인정해야한다.
원전 확대론자들이 경쟁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공급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발전비중이 높은 석탄이나 가스를 이용한 발전이지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주기를 바란다. 불가피성을 앞세운 자의적 논리에 빠져 신재생에너지를 계속 왜곡한다면, 자칫 다윗의 대의와 명분이 골리앗의 규모와 세력에 비해 처음에는 약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반복될 수도 있다.
박영필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park2814@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