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특별법 두고 미래부·안행부·산업부 불협화음

"부처 이기주의로 표류" 지적도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특별법` 제정 작업이 고질적인 부처 영역다툼으로 표류하고 있다.

국가 ICT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설립을 놓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보통신 장비 구축 기준을 미래부 장관이 정한다는 조항에 안전행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미래부·안행부 장관이 공동으로 제정한다는 조항이 새로 삽입되기도 했다.

부처 간 알력다툼으로 법률 초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6월 국회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부처 간 협력보다는 갈등이 더 심화되면서 특별법으로 신설될 `범부처 정보통신전략위원회`도 부처 간 이전투구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1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미래부에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설립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등 산업부 산하기관 업무와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설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 구성과 함께 `ICT특별법`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부는 당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흩어진 ICT R&D 기능을 통합 관장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원을 운영할 방침이었다. 국가 ICT R&D를 일반 R&D와 분리해 발굴-선정-평가-사업화 과정을 일원화, 집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해진 의원이 지난 5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안(ICT 진흥 특별법)`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동법 42조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정보통신 융합 등 기술·서비스 관련 연구개발 추진, 연구성과물의 사업화 촉진 등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정보통신기술진흥원(이하 기술진흥원이라 한다)을 설립한다`고 명시했다.

산업부는 현재 체제에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전략에 따라 이미 자리를 잡은 R&D 체계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KEIT 체제에서도 ICT 관련 PD를 늘리는 등 강화 전략을 얼마든지 펼 수 있다”며 “5년 동안 전산시스템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관련 인사들의 호봉 등 난제를 해결해가며 자리 잡은 체계를 또 바꾼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KEIT에 ICT R&D 기능이 남아 있는 것이 융합연구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ICT가 타 산업에 널리 쓰이는 만큼 자동차 등 일반 R&D를 관장하는 KEIT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산업부와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이미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설립 근거(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서 정보통신 영역이 미래부로 이관됐다”며 “사업화도 ICT 부문은 일반 R&D와 달리 속도전이 필수라 일원화해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KEIT 소속 ICT 전담인력들도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온 만큼 조직 융합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특별법과 관련해 이견이 있는 부처와 계속 협의 중”이라며 “조율해 6월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래부는 공공기관 정보통신 관련 장비 구축 기준 제정권을 싸고 안행부와 힘 겨루기를 하다 미래부와 안행부 장관이 공동으로 권한을 갖는 식으로 합의를 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