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10개 저축은행 사이버테러 공격 흔적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이 감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제2금융권을 상대로 해킹 여부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는 일부에서 북한발 사이버테러 가능성이 제기돼 금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동부, 대신, 하나, 푸른 등 시중 10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IT 보안검사가 이뤄졌다. 이번 검사는 국정원에서 북한 추정 사이버테러 공격 정보를 입수해 금융당국에 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북한발 사이버테러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저축은행 10곳을 대상으로 긴급 검사가 진행됐다”며 “하지만 이를 북한 소행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데다, 결정적인 물증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 조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금융업계는 제2금융권까지 사이버 대란이 확산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북한 사이버 공격이 시도됐거나 실제로 이뤄졌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까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올 하반기 저축은행의 통합전산망 구축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통합전산망 구축은 일부 저축은행을 제외한 국내 모든 저축은행 전산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사이버 공격이 가해지면 90여곳의 저축은행 전산이 연쇄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

저축은행은 비교적 고액 자산 예치 고객이 많아 일반 은행보다 피해 규모 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2금융권까지 사이버 공격이 감행되면 일반 은행보다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권 보안 관계자는 “저축은행 전산망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통합전산망 구축 후 주전산망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피해규모 등은 거의 국가 기간망 마비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