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통신 상호접속료 데이터 중심으로 확 바뀐다

통신사 격전 예고

내년부터 통신사 간 주고받는 상호접속료 체계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크게 바뀔 전망이다. 이동전화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확산과 롱텀에벌루션 기반 음성통화(VoLTE) 출시 등으로 기존의 접속료 체계가 더 이상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가 산정과 요율 조정에 수백억원 매출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과 같은 IP기반 서비스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할 것인지도 검토할 예정이어서 `망 중립성 논쟁`이 다시 점화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결정되는 2014~2015년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설계해 내놓기로 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음성·데이터 요금 통합이 예상돼 상호접속료 개편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올(all)IP 시대에 대비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확산 반영

미래부는 우선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의 빠른 확산을 반영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이동전화 가입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2·3위 사업자에 상호 접속료는 타 통신사 가입자끼리도 가능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LG유플러스가 타사 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접속료 때문에 내놓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무제한 요금제 트렌드를 반영해 상호접속료를 대폭 낮추면 보다 가격이 낮은 요금제에도 무제한 통화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통신사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에 무제한 통화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상호 접속료 지출”이라며 “접속료가 낮아지면 그만큼 음성통화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음성·데이터 통합에 맞는 원가 산정

새 상호접속료 체계에는 VoLTE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 기반 음성통화 서비스의 특성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 간 연동을 앞두고 있는 VoLTE나 인터넷모바일전화(mVoIP) 서비스는 지금까지 현행 상호접속료 체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음성통화의 데이터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면서 음성통화 위주로 계산했던 현행 상호접속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됐던 원가를 계산하는 방식이 변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각 통신사의 음성통화량은 알 수 있지만 데이터 상호접속량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접속원가 구분을 위해 임의로 비율을 정해 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음성·데이터 원가 비중이 기존의 9 대 1 수준에서 대폭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또 카카오톡과 같은 새로운 IP기반 서비스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의 검토도 병행한다. 부가서비스로 분류된 mVoIP 서비스의 역무도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통신사 간 득실 갈린다

상호접속료 요율과 1·2·3위 사업자 간 차이에 통신사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도한 접속료 인하는 투자를 가로막는다”며 “투자 규모 대비 턱없이 부족한 접속료가 정해지면 지능망 사업자 등 망 투자 없이 산업에 무임승차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비중을 높여 원가를 산정하는 방식 역시 음성 접속료를 감소시켜 회수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KT나 LG유플러스는 투자비 회수라는 접속료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하길 원한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무선인터넷 중심 요금제를 강조하고 있고, 이런 요금제 출시를 기점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통신 상호접속료 데이터 중심으로 확 바뀐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