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CT) 진흥 특별법`을 둘러싸고 부처 간 영역다툼이 불거지면서 ICT 거버넌스가 다시 난맥상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특히 특별법 제정부터 이해가 충돌하면서 향후 특별법의 핵심 조항인 범부처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부처 간 이전투구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MB정부에서도 비슷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특별법으로 만들어졌지만, 유관부처의 알력다툼과 무관심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정권이 바뀌며 폐지됐다.
◇겉으론 효율성, 속으론 영역다툼 줄다리기
이번에 문제가 된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신설 조항은 부처 간 조직과 예산이 걸린 문제여서 첨예하게 격돌한다. 지금까지 ICT R&D는 산업부 산하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미래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문화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3곳에서 분야별로 관리해왔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진흥원을 설립할 경우 이들 기관의 ICT R&D 조직과 예산이 정보통신기술진흥원으로 통합된다. 산업부와 문화부는 산하기관 조직과 예산을 미래부 산하로 예정된 정보통신기술진흥원에 이관해야 한다. 결국 부처업무 영역의 축소를 우려해 대립각을 세우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부와 산업부는 표면적으로 업무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는 이미 한 곳에서 관리하던 체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5년 전에 분리한 것을 다시 합치자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미래부는 ICT R&D 전담기관이 없으면 R&D 과제 발굴-선정-평가-사업화 과정이 종합적으로 관리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진흥원 신설 문제는 부처 이기주의보다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려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특별법 제정에 참여해온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이견이 있겠지만 결국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처 이기주의를 버린 대승적인 자세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2의 정보화전략위 탄생 우려
특별법 제정부터 부처 간 이해가 대립하면서 향후 ICT 관련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전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간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다. 사사건건 부처가 대립하면 범부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행정안전부가 간사를 맡아 국무총리실 산하에 비슷한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다른 부처의 비협조로 사실상 행안부 산하 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보화전략위원회는 부처 간 이견으로 500억원이 넘는 사업만 사전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조정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또 정보화전략위원회가 심의한 정보화 예산안이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 참조용으로만 사용돼 있으나 마나한 조직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신설하더라도 지난 정권의 정보화전략위원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정부 정보화전략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신설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 ICT 관련 예산 편성권이나 사업 평가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다시 `종이 호랑이`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T R&D 관련기관 업무·예산 현황
자료:각 기관 취합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