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라마다 서로 다른 법인세 과세 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미트 회장은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왜 우리는 법인세 시스템을 단순화해야 하는가`란 기고에서 “보다 단순하고 투명한 제도가 모두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유인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나라별로 법인세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그는 이 문제가 G8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G8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조세회피처 정보공개다. 슈미트 회장은 세계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세를 낮춰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수십 년간 세계 정부가 공격적으로 외국 투자를 유치했다”며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에 큰 이익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40년 전에는 제조업 투자가 경제적 성공의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 각국 정부는 기술 투자에 비중을 둔다”며 “구글이 런던의 `테크시티(Tech City)`에 새 사무실을 내고 적극적으로 기술 투자를 한다고 상기시켰다.
슈미트 회장은 유럽 여러 나라가 연구개발이나 지식자본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를 언급했다. 영국 기업의 특허로 발생한 수입에 대한 법인세율을 10%까지 인하해 기업의 연구개발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 상한선인 12.5%보다 낮고 지난해 구글이 세계 국가에서 적용받은 법인세 세율의 평균치 19%에 비해 훨씬 낮다. 영국 정부는 G20 중 가장 경쟁력 있는 과세제도를 만들어 냈다고 말하지만 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도 기업의 연구개발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과세 제도를 내놓고 있다고 슈미트 회장은 전했다.
슈미트 회장의 이번 기고는 구글과 영국 정부 간 탈세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나왔다. 구글은 영국에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80억달러(약 20조400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법인세는 매출의 0.1%도 안 되는 1600만달러를 내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정치권은 구글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두고 광고 매출을 돌리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했다고 비판한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달 27일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금을 더 거두기 원하면 세법부터 고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