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회적책임(CSR) 자체 진단에 착수했다.
LG가 계열사와 사업장을 대상으로 CSR의 체계적 진단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부터는 주요 협력사로까지 CSR 수준 진단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직별 CSR 자가진단이 중심이지만 진단의 적정성 여부 확인을 위해 일부 계열사·공장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의 별도 샘플링 검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LG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83개 지표를 통한 각 회사, 사업장별 CSR진단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법과 윤리에 기반한 책임있는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한편, 사회적책임과 연계해 조직 전반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기회까지 확보한다는 접근이다.
이를 위해 LG는 국제표준화기구(ISO)·다우존수평가지수(DJSI)·전자시민연대(EICC) 등의 기준과 각 계열사와 동종의 글로벌 선진기업의 기준을 준용해 별도의 `LG CSR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체크리스트는 △조직 지배구조 △윤리경영 △동반성장 △공정거래 △고객가치 △근로여건 △사회공헌 △안전보건 △환경경영 등 7대 분야에서 1400여개 세부 확인 사항을 만든 후 계열사별 업종과 특성을 고려해 83개 항목을 최종 도출했다.
단순한 기부 형태의 사회공헌활동 이외에 제품 기획단계부터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조직의 강·약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체크 항목에는 `신제품과 신사업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CSR 접목을 사전 확인했는가`라는 항목까지 포함됐다. 경영 전반에 걸쳐 CSR이 고려되는 지도 확인한다는 접근이다.
LG는 계열사·조직별 자가진단 이후 각 계열사 CSR책임자와 전문가로 풀을 구성, 별도의 계열사·사업장 점검도 시행하기로 했다. 너무 후한 자체 평가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원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LG는 앞으로 매년 CSR 수준 체크를 진행해 CSR 수준 점검과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도출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주요 협력사까지 CSR 진단 대상을 넓혀 LG 주변 생태계로까지 CSR DNA를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LG는 다른 그룹사들이 사회공헌 조직이나 재단을 가동하는 것과 달리 지난해 1월 재계 최초로 그룹차원의 CSR 전담조직을 출범시키는 등 CSR에 공을 들여왔다. LG그룹은 해마다 계열사를 포함, 약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 인터뷰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은 생색내기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토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58)은 CSR이 특정 영역이 아니라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기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CSR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CSR이 공헌활동이나 법·규범 준수같은 방어적 개념을 넘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사회이슈와 맞물려 기업을 성장시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제품 기획단계와 생산과정, 영업, 마케팅 등 전 주기에서 CSR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CSR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LG는 지난해 그룹차원의 CSR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국내에서는 청소년 지원에, 글로벌 사회공헌은 저개발국 자립 지원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전자가 세계 글로벌 기업가운데 거의 최초로 노동조합사회적책임(USR) 개념을 만들어 낸 것과 한국전 참전국인 에티오피아에서 주민 자립을 돕는 `LG 희망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을 LG CSR의 우수 사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