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하는 중국 게임업계의 공룡 텐센트가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다시 정조준했다. 우리나라 국산 온라인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급격히 줄어든 공백기를 노린 행보다. 막강 자금력과 바짝 따라붙은 게임 기술력과 품질까지 앞세워 시장공략에 돌입하면 중국산 온라인게임의 한국시장 대공습이 예상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텐센트는 자체 개발한 대작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국내 대형 퍼블리셔들에 공급을 타진하고 나섰다. 텐센트는 과거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산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중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으나 최근 자체 개발작을 한국 시장에 공급하는 데 다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여러 한국 게임을 시장에 성공시킨 노하우와 한국 시장 요구를 충분히 학습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된 전략적 행보다.
텐센트는 직접 서비스가 아닌 국내 대형 퍼블리셔를 거쳐 게임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미 온라인 게임 완성도나 품질은 한국산 게임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국내 메이저 서비스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벗어나기 힘든 것도 전략을 수정한 배경으로 보인다.
텐센트는 현재 다수의 한국 퍼블리셔들과 게임 공급을 위한 초기 단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블리셔 물망에 오른 우리 기업은 장기적으로 안방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텐센트의 중국 시장 영향력을 더 크게 보고 전략적 협력을 원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가시적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텐센트의 공세에 바짝 긴장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휩쓸면서 많은 온라인 게임 개발 프로젝트들이 중단돼 당장 2014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게임을 기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공개서비스를 목표한 `검은 사막` 이후 이렇다 할 대작 게임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비와 시간이 적게 드는 모바일 게임에 투자가 몰리면서 온라인 게임 투자는 극도로 위축돼 상황은 더욱 어렵다.
자연히 눈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해외 대작 프로젝트를 국내 서비스함으로써 현 시장 상황을 넘겨야할 입장이다. 거액을 들여 만든 대작 온라인 게임을 다수 보유한 텐센트는 한국 퍼블리셔들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텐센트와 게임 퍼블리싱을 협의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텐센트가 글로벌 시장을 염두하고 개발한 대작들은 중국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국 유수 개발사의 작품과 견줘도 크게 손색없을 정도로 품질이 향상돼 퍼블리셔의 마케팅과 서비스 역량이 뒷받침된다면 우리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전체 시장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산 신규 개발 프로젝트들이 급속히 줄어든 자리를 외산 게임이 메워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 부문의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텐센트의 한국시장 공략 상황
모바일 게임이 시장 주도권 장악(무료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성공)→온라인게임 프로젝트 잇단 보류 및 중단→상용화 게임 실종·국산 게임 장기간 공백→기술력 갖춘 텐센트의 역공세→투자여력 잃은 한국업체들 생존 차원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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