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1세대 경험 국가자산으로 활용하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벤처기업 수가 2만8193개를 기록했다. 창업 열풍이 분 2000년 1만1000개의 세 배에 이르는 수치다. 바야흐로 벤처기업 3만개 시대다. 하지만 20~30대 청년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비중은 2001년 56.1%에서 2011년 18.5%로 낮아졌다. 벤처기업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청년층(18~34세) 창업활동이 중장년층(35~4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2012년 기준)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과거 벤처 열풍 때와는 사뭇 다르다.

청년 창업이 줄어드는 것은 창업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창업 실패자를 사회의 낙오자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기업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8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창조적 혁신을 이끌어 내고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환경을 정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벤처 1세대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국가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벤처 1세대 활용 및 재기 프로그램 추진 계획`이다. 벤처 1세대는 기술과 열정으로 1990년대 벤처 불모지를 일궈내고 국내에 벤처 DNA를 확산시킨 주인공이다. 성공한 기업가는 벤처기업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한 번 실패하면 인생 실패자로 낙인찍히곤 했다. 실패를 경험과 자산으로 인식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는 대조적이다. 벤처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도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까지 실패한 횟수는 평균 2.8회라는 통계가 있다. 적어도 세 번은 실패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벤처 1세대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멘토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한 번만 실패해도 모든 것을 잃어 재기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도 실패 경험이 성공으로 이끄는 보약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벤처 1세대의 경험이 다시 한 번 청년 창업 열기를 살리는 촉매 역할을 했으면 한다. 아울러 성실 실패한 벤처 1세대도 재기 프로그램으로 다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기에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