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 규제 수위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는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1회 게임머니 사용 한도`와 `일 손실한도` 규모를 놓고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업계가 제시한 자율 규제 수위가 너무 낮다며 당초 정했던 정부 방침을 수정 없이 밀어붙이게 됐다.
정부와 업계가 최종 합의에 실패한 핵심은 게임머니의 사용 한도 설정이다. 정부는 게임머니의 사용 한도를 일 단위로 설정해야만 효율적으로 불법 환전을 막고 사행성으로 게임 운영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업계는 랜덤매칭을 적용하면 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사용 한도를 설정해도 충분히 환전 차단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1회 베팅 1만원만” vs 업계 “확률성 게임으로 변질”
정부는 도박류 게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불법 환전 차단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시행령에 포함된 △월 게임머니 구입한도: 30만원 △인당 1회 게임의 게임머니 사용한도: 월 구입한도의 30분의 1 상당의 게임머니(1만원 상당) △일 손실한도: 월 구입한도 3분의 1 상당의 게임머니(10만원 상당) 등 게임 이용금액 제한은 처음부터 문화부가 고수해온 내용이다.
이에 따라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을 매일 즐기는 사용자라면 1회 베팅 금액은 1만원 규모로 제한받는다. 하루에 10만원을 초과해 잃으면 초과한 시간부터 48시간 동안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 친구와 게임을 즐길 수 없는 대신 프로그램이 무작위로 지정한 사용자와만 게임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이번 시행령이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까지 `사행성 게이머` `불법 환전 사용자`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성인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1회 베팅 금액 한도까지 정부가 설정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베팅한도를 설정하면 게임의 경쟁 요소를 박탈하고 확률성 게임(패 보기 게임)으로 변질시켜 되레 사행성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랜덤매칭을 도입하면 불법 환전상과 환전수요를 가진 사용자 간 게임머니 유통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분석했다. 환전 차단 효과가 발생하므로 일반적인 사용자가 월 30만원 이상 규모의 게임머니를 잃기 힘들고 이는 일 손실한도를 1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고액방에 한해서만 랜덤매칭을 설정해야 대다수의 건전한 사용자가 친구와 게임을 즐기는 등 온라인 게임 본연의 재미를 해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고스톱, 친구와 못 즐긴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달 업계가 제시한 자율규제안의 내용도 담았다. 당초 업계는 고액방에만 랜덤 매칭을 도입하는 방안을 주장했으나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지속적인 의견에 따라 모든 사용자가 상대를 지정해 게임할 수 없도록 랜덤 매칭을 전면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상에서 친구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온라인 게임 본연의 재미를 구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루 이용시간을 10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이기로 한 자율 규제안도 반영됐다. 당초 업계는 하루 이용시간 제한, 랜덤매칭 도입으로 불법 환전상을 근절하고 건전하게 웹보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반대해왔던 1일·1회당 게임머니 규모 제한 조치가 시행령에 반영되면서 자율규제안의 의미가 퇴색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