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 `내 인생의 해답`

책 제목부터 아이러니다. `내 인생의 해답`이 있기는 했던가. 있더라도 일면부지 외국 작가가 이걸 어떻게 알려준다는 말인가. 하드커버에 540페이지. 이 정도면 독파 시도조차 두렵다. 하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겨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CEO와 책]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 `내 인생의 해답`

“2011년 초 서점에 들렀다 가판대에 놓인 책을 발견했습니다. 저를 부르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정작 별다른 내용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백지고 띄엄띄엄 경구가 적혀있을 뿐이었죠.”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는 `내 인생의 해답`이 여느 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첫 장부터 읽어나가는 게 아니라 고민거리가 있을 때 불특정 페이지를 펼쳐 해답을 찾는 식이다. 실제 책에도 사용법이 그렇게 적혀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경영상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재무 상황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100억원 규모 계약이 서명 직전 취소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은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혼란스러워 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민하던 중 `너 자신을 직관적으로 보라`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사업을 이대로 밀고 나가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뚝심있게 사업을 밀어붙인 덕분일까. 네오랩컨버전스는 `닷코드 디바이스` 시장에서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달성하며 선두였던 외국 기업을 제쳤다.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도 달성했다. 닷코드는 종이에 미세한 점으로 좌표를 인쇄해 펜 타입의 디바이스 등으로 인식하는 기술이다. 글씨나 그림을 특수 펜으로 찍으면 소리나 영상이 나오는 어학·영유아 교재 등에 사용된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책을 펼치곤 했다”며 “CEO들은 경영 상황이 좋든 나쁘든 상담할 사람이 마땅치 않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 특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 그리고 `내 인생의 해답`의 조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열정을 쏟는 일은 다음 달 출시되는 신제품 `네오원(Neo1)` 보급이다. 네오원은 닷코드가 인쇄된 종이에 쓴 글씨나 그림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종이에 쓴 내용을 그대로 스마트 모바일 기기에 저장하고 손쉽게 검색할 수 있어 업무·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어떤 사업을 하든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게 경영철학”이라며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은 몰입·집중력이 뛰어나지만 폭 넓게 생각하는 능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내 인생의 해답`과 같은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책을 읽으면 업무와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