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실물경제 영향 우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시간표를 제시함에 따라 한국 등 신흥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동안 양적완화로 풀린 풍부한 자금 혜택을 누린 신흥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채권·통화 약세라는 `트리플 충격`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충격 최소화를 위한 대응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신흥 금융시장은 충격

미국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보다 신흥 금융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유동성 공급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번 정책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위축 심리를 더욱 자극하면서 신흥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주가, 채권가격, 통화의 `트리플 약세` 현상을 당분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할 수 있다”며 “외화유동성 확보에 우선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발생한 불안 요인으로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권 손실 발생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기업 자금사정 악화 등을 꼽았다.

◇실물경제 영향 우려

기업들은 양적완화 축소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면서 세계적 경제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실물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을 우려했다. 그동안 재정난에 빠진 유로존을 대신해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기가 위축되면 하반기 한국의 상품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 전이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등의 호조로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리나라 대응력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다. 외환보유액(3281억달러), 무역수지 흑자(16개월 지속), 예대율(95.4%) 등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미국 경기의 호전을 반영하는 만큼 미국의 수입수요 증가에 따른 대미 수출 확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양적완화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으나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유동성 개선으로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신용경색 차단 주력”

정부는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용경색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차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여러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에 따라 컨틴전시 플랜을 시행하겠다는 복안이다.

필요시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미세조정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화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급격한 유동성 변화 대응방안은 적극 구사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의 단기 차입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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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