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올해 에어컨 수요 폭발을 알고 있었다

#최근 주부 유희진씨는 에어컨 구매차 유통매장을 방문했다가 배송까지 3~4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서울 문래동 LG베스트샵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주문 다음날 배송됐지만 올해는 수요가 많아 물량을 바로 공급하지 못한다”며 “무더위가 본격 시작되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공장에 나타났다. 삼성전자측 요청으로 마련됐다. 삼성 관계자는 “공장 풀가동에 따른 생산라인 직원의 사기진작 일환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중순부터 하루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중이다.

에어컨업계가 시장 폭발적 확대에 쾌재를 부른다. 주요 업체는 올 들어 판매량이 작년 대비 3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올해 판매량이 연 기준 사상 최대치 달성을 확신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업체들은 시장 확대를 이미 예상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는 몇 년에 한번 찾아오는 에어컨 호재의 해”라며 “이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제적 마케팅 전략이 시장 확대 추세와 맞물려 시너지를 낸 셈이다.

수요 확대를 어떻게 예상했을까. 업계는 세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작년 여름 폭염이다. 지난해 열대야만 서울 기준으로 7월31일부터 8월9일까지 10일이나 지속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당시 많은 사람이 에어컨을 사려고 매장에 갔다가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구매 시점을 미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여름인 8월 초에는 에어컨 설치기사 부족으로 구매 후에도 설치까지 며칠이 소요됐다.

두 번째는 부동산 효과다. 올해는 2년에 한번 찾아오는 전세 갈아타기의 해. 2년마다 전세 계약을 해서 나타난다. 주로 이사할 때 에어컨을 바꾸기 때문이다. 올해와 같은 홀수해에 에어컨 시장은 크게 성장한다. 2011년 200만대 안팎이었으며 지난해는 160만대로 줄었다. 올해는 현 추세로는 220만~230만대를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 그래프는 대체로 상승 곡선이지만 홀수해와 짝수해가 파도 물결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1일 나온 `4.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이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는다.

마지막 요인은 블랙아웃 공포에 따른 `전력난`. 올 여름 전력난이 어느때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것을 업계가 예상했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절전형 제품을 준비했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에어컨 전기료가 부담인데 블랙아웃 공포까지 겹쳐 소비자들이 절전형 제품을 더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7년 전 모델과 비교해 월 전기료를 10만원 이상 낮춘 제품을 내놓았다. LG전자도 일반 에어컨보다 전기료를 50% 가량 줄일 수 있도록 효율을 개선했다.


【표】업계가 올해 에어컨 시장 폭발을 미리 예상한 요인

※자료:업계

그들은 올해 에어컨 수요 폭발을 알고 있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