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종량제 그 후, 음식물 처리기 시장 어디로..

음식물 처리기 시장 열렸지만

[이슈분석]종량제 그 후, 음식물 처리기 시장 어디로..
[이슈분석]종량제 그 후, 음식물 처리기 시장 어디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의 전국적 실시가 진행되면서 소형 음식 폐기물 감량기(이하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지자체마다 수거시기 및 방법이 상이해 시행착오를 겪는 사례가 나오면서,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음식물 처리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식물 폐기물 처리 과정
음식물 폐기물 처리 과정

업계에서 추정하는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전국 1900만 세대를 기준으로 약 1%가 보급됐을 경우 최대 800억원대(대당 40만원대 제품 기준) 시장 규모로 추정한다. 이는 연간 15만~20만대가 판매되는 시장이다.

◇음식물 처리기 시장, 수요도 크지만 불신도 만만찮아

우리나라는 `런던협약96의정서`에 의해 올해 1월 1일부터 하수슬러지 및 음폐수의 해양 투기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지난 2일부터 음식물 쓰레기의 배출량에 상관없이 정액제 등으로 동일하게 수수료를 부담하던 방식을 버린 만큼 부담하는 종량제로 바꿨다.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소비자 매출도 월 평균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 1월과 이달 전후해 음식물 처리기 판매 매출은 회사와 유통가 별로 2~3배씩 뛰었다. `스마트카라` 등 최근 방송가를 시작으로 소비자 입소문을 탄 제품은 홈쇼핑 등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지난달에는 음식물 잔반 부패를 고민하는 소비자 수요로 음식물 처리기 구입 문의도 크게 늘었다. 문제는 소비자 관심이 높은 만큼 음식물 처리기 성능에 대한 불신도 만만찮은 점이다. 이슈가 일 때는 판매가 크게 신장하지만, 이슈와 함께 시장도 사그라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크게 10만원대 이하 저가 제품에서 최고 1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저가형은 단순히 음식에서 수분만 짜내는 형태의 이른바 `짤순이` 형태로 5만원대 이하 제품이며, 고가형은 싱크대에 부착해 분쇄하는 방식이 많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 건조, 분쇄 방식의 제품으로 10만원에서 30만원대다. 최근에는 음식물을 냉동시키는 방식의 저가 제품도 늘고 있다. 코웨이, 동양매직 등 대기업 제품과 매직카라, 루펜 등 전문기업 제품 및 한경희생활과학, 한일전기 등 중견기업 제품이 함께 경쟁 중이다.

가격대가 상이한 만큼 제품간 성능 차이도 크다. 탈수, 건조, 냉동 등 단순 기능 제품은 저렴하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크지 않다. 7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도 대부분 가격 대비 소비자 기대치에 못 미쳐 보급률이 낮다. 결국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대기업은 투자를 망설이는 한편 결국 시장엔 저가 제품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07년 최대 2000억원대 시장이 현재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낮은 수준의 설계로 된 음식물 처리기가 소음, 악취, 과다한 전기료로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신만 키웠다”며 “소형 전자제품의 보급을 주로 하는 홈쇼핑에서조차도 과거 소비자 불만을 이유로 선뜻 제품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체계화된 자원순환 정책 부재, 업체는 투자 망설여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를 전격 시행한 바 있다. 이때부터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 걸쳐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의 틀이 마련됐다. 반면에 음식물 쓰레기는 염분과 수분을 함유하는 특성 때문에 퇴비 활용이나 매립, 소각 등에도 어려움이 많다.

업계는 폐기물 정책이 중앙정부, 서울시, 자치구간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이어져온 점을 오랜 난점으로 지적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폐기물 관리의 최종 시행은 각 자치구 몫이다. 각 자치구별로 조례를 개정해 음식물 쓰레기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거하는 시기 및 방법도 지역은 물론이고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상이해 혼란도 크다. 올해 초에도 지자체와 음식물 쓰레기 수거, 처리업체간 비용 마찰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음식물 처리기 도입기에 해당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싱크대 부착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북미와 일본에서 쓰던 오물분쇄형(일명 `디스포저`)과 미생물처리 방식이다. 그러나 디스포저는 환경오염 문제로 사용이 금지됐고, 미생물처리기도 염분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음식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분쇄, 건조 방식의 독립형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만들어졌다.

음식물 처리기 업계는 정부가 앞장서 체계화된 자원순환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했다. 필수 인증 체계 마련 등 적극적 조치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순환을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난립하는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된다. 음식물 쓰레기의 부피만 줄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본 등은 음식 폐기물의 자원화를 위한 노력으로 퇴비나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지원 체계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음식물 처리기에서 나온 제품을 따로 수거하거나 퇴비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는 연간 8000억원의 비용과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전국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20%를 줄이면 연간 1600억원의 쓰레기 처리비용절감과 에너지 절약 등으로 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수거 방식

전용봉투 방식:음식물쓰레기 전용봉투를 구입해 배출하는 방식

납부칩·스티커 방식:배출자가 납부칩이나 스티커를 구입한 뒤, 수거용기에 부착해 배출하는 방식

RFID 계량방식: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이용해 배출자별로 쓰레기무게를 자동측정, 무게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

※ 음식물 처리기(소형 음식 폐기물 감량기) 시장 규모

2013년 보급률 1% 800억원

2014년 보급률 3% 2330억원

2015년 보급률 6% 4660억원

2016년 보급률 13% 9323억원

(전국 1900만 가구 기기당 40만원대 제품 기준, 업계 추정 자료)

※ 음식물 처리기 종류별 특징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