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용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지난해 이 부품에서만 100억원 적자를 냈다. 1차 공급사인 삼성전기가 납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깎았지만 생산 원가를 그만큼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율을 높여 대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2011년 매출 약 200억원, 지난해 약 400억원으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스마트폰 부품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 적자는 메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다른 스마트폰 부품 2차 협력사 B사는 지난해 영업 적자로 전환한 뒤 올 1분기 적자가 20억원 추가로 불어났다. 회사 외형은 성장하지만 수익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B사 사장은 “공급 규모가 커질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라며 “가격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용 부품을 공급하는 C사는 대기업 1차 협력사인 고객사 응대에 시달리느라 최근 고역을 겪고 있다. 고객사에 새로 온 대기업 출신 구매 담당 임원이 큰 폭으로 납품 단가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가격에 맞추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도 받았다. C사 사장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대체품이 곧바로 투입될 수 없는 품목이지만 고객사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불똥이 튀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 LG전자 옵티머스G 시리즈를 비롯한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성장하면서 세트 업체와 1차 협력사들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에 기초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2·3차 협력사는 거꾸로 수익난이 심화하고 있다.
2·3차 협력사는 1차 협력 업체에 비해 고강도 납품 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삼성전기와 거래하는 업체 관계자는 “양쪽 모두 단가 인하를 논의한다”며 “같은 제품을 공급해도 이익률이 다르다. 최소 1~2%, 그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생산능력을 늘리라는 주문에 무리하게 증설 투자를 했다가 공급과잉(오버 서플라이) 때문에 직격탄을 맞는 업체들도 있다.
1차 협력사는 완제품 대기업이 요구하는 납품 단가나 재고 수준을 맞추기 위해 2차 협력사를 지렛대로 삼는다. 줄어든 수익이나 재고는 기초 부품·소재 업체 부담으로 돌리는 방식을 써서 위험을 줄인다. 주로 현금 결제를 하는 대기업과 달리 어음이나 결제일을 두 달 이상 장기로 두는 1차 협력사도 많아 2·3차 협력사는 현금 유통도 원활하지 않다.
2·3차 협력사는 정부의 동반성장·상생협력 정책이나 대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에서도 주목 받기 힘들다. 그나마 최근 2·3차 협력사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만 생산환경 개선 중심이어서 불공정 거래 환경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당장 최종 수급자인 대기업이나 업계가 특별한 의지를 갖지 않는 한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며 “차세대 선행 기술을 개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할 때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제의 틀을 바꾸려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